[짜오! 베트남] “中 탈출 글로벌기업 잡아라”… ‘세계 공장’ 넘보는 베트남의 야심

입력
2020.04.23 04:30

 

 <4> 코로나19는 도전이자 기회 

 ※국내 일간치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1~4월에도 베트남 남부 호찌민-껀터 고속도로 건설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휴일 없이 작업에 몰두했다. 사이공타임즈 캡처

“베트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례 없는 기회와 도전에 직면했다.”

부띠엔록 베트남 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6일 응우옌쑤언푹 총리에게 이런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그는 코로나19 발원지 중국을 기피하는 글로벌기업들을 적극 받아 들여 베트남을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 세우자고 힘줘 말했다. 특정 국가에 공급을 의존하면 어떤 후폭풍을 초래하는지 코로나19 사태가 여실히 증명한 만큼, 중국과 인접한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 분산 전략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베트남 정부는 진즉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세계 경제가 감염병 공포로 멈춰선 지금, 베트남 투자의 단점을 고치는 작업을 조용히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뉴 베트남’으로 명명된 개조 작업의 핵심 포인트는 산업 인프라 업그레이드와 행정절차 불투명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제특구가 이끌고 전자정부가 뒷받침 

베트남 빈딘 경제특구 조감도. 빈딘 경제특구 준비단

베트남 정부가 우선 꺼내든 카드는 개발 여지가 무궁무진한 중부지역의 경제특구다. 이 지역은 해안에 위치한 다낭ㆍ퀴논시 등을 통한 수출ㆍ입 연계가 용이하고 중국 제조업 중심인 광둥성과도 가깝다. 글로벌기업이 탈(脫)중국 결정을 내릴 경우 이동 거리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인 셈이다.

중부 전략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월 1,000헥타르(㏊) 규모의 빈딘 경제특구 건설이 승인되면서 공식화했다. 3조3,000억동(약 1,721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는 빈딘 특구에는 인근 대도시로의 물류망은 물론, 최첨단 상업ㆍ주거 지구까지 갖춰진다. 특히 특구 준비단은 개발 시작 단계부터 “가용 공간 대부분을 글로벌기업들에 제공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중앙정부 역시 법인세 최초 4년 면제, 15년 우대 세율(10%) 적용, 특구 거주 외국인의 소득세 감면 등을 약속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북부 하노이와 남부 호찌민 산업지대는 첨단산업 유치로 보조를 맞춘다. 이들 지역은 이미 많은 해외기업들의 진출로 떨어진 투자 매력을 고부가가치 창출로 상쇄한다는 복안이다. 베트남 신한은행 CIB센터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베트남 정부가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들에 전용 스마트 공단 마련과 강화된 법인세 면제 조건 등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야심은 소프트웨어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아직도 종이 문서에 씰(seal)이라는 붉은색 법인 직인을 찍어야 효력이 발생하는 근대적 행정시스템을 타파하고 한국식 전자정부를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달 초 5년 뒤 국가기관 보관문서의 80% 이상을 온라인에서 작성하도록 하는 ‘전자정부화 문서보관 사업’안을 최종 승인했다. 한인 상공인연합회(KOCHAMㆍ코참) 핵심 관계자는 “베트남 당국은 최근 외국 기업인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면서 “감염병 확산 와중에도 경제 개선 작업을 착착 실행하는 것만 봐도 정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 성공ㆍ아시아 1위 성장률에 기대 ↑ 

베트남-EU FTA 이미지. 꽝빈성 공보 캡처

베트남의 원대한 구상은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베트남은 1억명 가까운 인구 대국임에도 21일 현재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268명에 불과하고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정보 통제가 강한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공식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지만, 그간 한국 등 타국의 거센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강력한 봉쇄ㆍ방역 정책을 펼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정부는 요즘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전에 외국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국제적 신뢰로 베트남은 재도약할 것” 등 호평 일색이다. 현지에선 이를 철저히 계산된 퍼포먼스로 파악한다. 같은 사회주의권인 중국보다 코로나19에 훨씬 잘 대처했다는 점을 강조해 체제 안정과 선전 효과를 동시에 노렸다는 것이다.

낙관적인 각종 거시경제 지표도 글로벌기업들을 유인하는 또 다른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세계은행(WB)은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한 베트남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9%로 예상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역내 1위인 4.8% 성장을 전망했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각각 1.3%, 2.3%인 점과 비교하면 베트남의 경제 활성도가 최대 3배 높다는 의미다.

여기에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전략 변화까지 더해져 베트남은 투자 유치에 날개를 달게 됐다. 얼마 전 일본 정부는 중국 내 자국 기업들의 동남아 이전을 주문하면서 235억엔(약 2,654억원) 규모의 정착지원금을 약속했다. EU도 중국이 아닌 베트남 등 제3국에 분산 투자를 권장하며 흐름에 동참했다. 실제 지난달 독일상공회의소협회(DIHK) 조사 결과, 베트남 진출 독일 기업의 27%가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반가운 호재는 올 하반기 예정된 EU와의 자유무역협정(EVFTA) 체결이다. 협정이 실행되면 베트남 수출품의 EU시장 관세가 99% 철폐된다. 양측은 EVFTA 이후 베트남의 대 EU 수출액이 10년 안에 44%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이미 중국산 공산품의 대미수출 우회 경로로 자리잡은 베트남이 가까운 미래에 EU로 향하는 핵심 길목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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