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상보기] 주 100시간 근무와 월 소득 60만원

입력
2020.04.11 04:30
26면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에 잘 대처하고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전히 집단감염이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에 놓여 있지만, 감염자 파악과 환자 관리, 적정 수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복합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의 대응은 분명 세계 수위권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점에서 완벽하지는 않다. 주 100시간 근무와 월 소득 60만원. 이 두 숫자는, 코로나19 대응이 특히 삐걱대고 있는 두 지점을 상징하는 숫자들이다.

첫 번째, 주 100시간 근무. 이 터무니없는 숫자는, 지역 보건소의 방역 담당자들이 실제로 감당하고 있는 숫자다. 그들은 휴일을 모두 헌납하고 주 7일을 자정까지, 돌아가며 숙직까지 감당하며 일하고 있다. 실로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그 노고에 감사하는 것도 마땅한 일이겠지만, 그 전에, 뭔가 이상하다는 지적이 있어야 하지 않나.

물론 코로나19는 우리가 본 적 없는 역대급 규모의 감염병 사태이기에, 대비되지 않은 초반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고. 하지만 2월부터 시작된 비상사태는 4월 현재도 여전히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벌써 세 달째 방역 일선은 주 100시간 근무로 상징되는, 과중이란 말만으론 다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의 업무를 떠안고 있다. 과로로 죽는 공무원이 나오는 와중에도 말이다. 아직까지도 인력 보충, 업무 조정 등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건 분명한 직무 유기다. 명백한 미필적 고의다. 하지만 그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지자체장들은 그들의 희생에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공치사를 늘어놓으며 여전히 손을 놓고 있을 뿐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취업규칙이나 서면 합의에 의하더라도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한다. 문제는 공무원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이 있지만 이 또한 방역 현장에선 무시당하고 있다. 그들이 ‘사람은 갈아 넣어도 어떻게든 된다’는 교훈을 얻은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두 번째, 많은 영세 자영업자가 속한 지역가입자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사업소득 기준(60만원 수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1인 가정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 기준은 6만3,778원이다. 지역가입자는 3가지 지표(소득ㆍ재산ㆍ자동차)를 각각 구간을 나눠 점수화한 뒤 단가(2020년 기준 195.8원)를 곱해 건강보험료를 계산하는데, 재산이나 자동차가 전혀 없는 1인 가구의 경우 소득이 326점 미만이어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소득이 연간 700만원이하다. 즉, 월 소득이 60만원 수준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만일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면, 소득이 0원이더라도 이미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넘어선다. 소득 상위 30%를 제외하고 지급하겠다는 게 정부의 원칙이었던 만큼 어떻게 저런 숫자가 나오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월 소득 60만원은 어찌 봐도 상위 30%의 기준은 아니니 말이다.

자영업자는 이론의 여지 없이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힘들어하는 계층 중 하나다. 이미 매출은 박살인데 비용만 새나가며 한계상황에 봉착했고,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본의 아니게 그들을 낭떠러지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의 미봉책들이라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선별이 문제가 아니라, 선별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게 문제다. 진짜 힘든 계층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나와 주질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에 잘 대처하고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여기저기 삐걱대고 있는 데가 있다는 것도 부정할 필요 없는 사실이다. 주 100시간 근무. 월 소득 60만원. 이 이상한 숫자들처럼 말이다. ‘전반적으로 잘 하고 있다’는 게 이 이상한 숫자들까지 정당화해 주진 않는다. 디테일의 점검이 필요하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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