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황궁 정문 덕수궁 대한문, 제 모습 찾는다

입력
2020.04.0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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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이달 일제가 철거한 월대 복원 설계 착수… 내년까지 공사 마무리

1902, 1903년쯤 촬영된 덕수궁 대한문. 지금은 사라진 앞 높임 마당 '월대'가 보인다. 문화재청 제공
1902, 1903년쯤 촬영된 덕수궁 대한문. 지금은 사라진 앞 높임 마당 '월대'가 보인다. 문화재청 제공

대한제국 황궁 정문인 덕수궁 대한문(大漢門)이 제 모습을 찾는다. 일제가 철거한 앞 높임 마당 월대(月臺)가 한 세기 만에 다시 복원되면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대한문의 면모를 회복하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월대를 재현하기로 하고 이달 설계 작업에 착수한다고 8일 밝혔다. 축조 공사는 내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게 관리소 계획이다.

월대는 궁궐의 정전(正殿)이나 묘단(廟壇) 등 주요 건축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臺)를 이른다. 국보인 종묘 정전과 경복궁 근정전(勤政殿)에 월대가 남아 있다. 궁궐 정문 중에는 창덕궁 돈화문에 월대가 있다. 경복궁 광화문 월대는 복원 작업이 추진 중이다. 건물 위엄과 격식을 높이는 정문 필수 요소가 월대라는 게 관리소 설명이다.

대한문 월대는 일제가 1910년대에 훼손ㆍ철거한 것으로 추정된다. 1910년대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사진을 보면 월대가 있지만, 1919년 고종 국장 사진에서는 월대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월대 끝 부분에 설치된 석수(石獸ㆍ동물 형상 석조물)만 남아 있다.

대한문은 1970년 원래 위치에서 33m가량 물러선 현재 지점으로 이전했다. 태평로 확장의 일환이었다. 덕수궁관리소는 시민 보행 등 현실적 여건상 대한문과 월대를 원위치에 복원하는 방안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원형 고증을 통해 현재 대한문 자리에 월대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현재 덕수궁 대한문 모습. 문화재청 제공
현재 덕수궁 대한문 모습. 문화재청 제공

덕수궁관리소 관계자는 “대한문은 고종이 환구단이나 왕릉으로 행차할 때 드나든 통로로, 대한제국의 명운이 다하는 순간을 지켜봤다”며 “월대 재현은 일제가 훼손하고 지운 우리 역사를 되찾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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