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지식인 강준만 “조국 감싼 문 대통령, 최소한의 상도덕도 안 지켰다”

입력
2020.04.08 08:36
수정
2020.04.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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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있다”

새 책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진보 진영 작심 비판

강준만 전북대 교수. 인물과사상사 제공
강준만 전북대 교수. 인물과사상사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끝장내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유시민은 (서울대 프락치 사건이 있었던) 1984년 9월의 세상에 갇혀 있다. 선악의 이분법의 사고 틀에 갇혀 있다.”

진보 지식인으로 꼽히는 강준만(63) 전북대 교수가 문 대통령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른바 문빠라 불리는 강성 친문 지지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4ㆍ15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7일 출간한 저서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인물과사상사)에서다. 조국 사태 이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진보 지식인들이 진보 진영의 이중성과 편협함을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나선 가운데 강 교수도 비판 대열에 합류한 모양새다.

강 교수는 책에서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된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실마리로 '정치적 소비자운동(political consumerism)'에 주목한다. 정치적 소비자 운동은 상품 자체의 문제를 떠나 소비자의 이념적·정치적·윤리적 신념과 결부해 특정 상품의 소비를 거부하거나 지지하는 정치적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비자 운동과 구별된다.

강 교수는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슬로건으로 대변되는 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중요한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 의제로 삼을 것을 제안하고 싶다”면서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정치적 소비자 운동의 측면에서 분석한다. 책은 293페이지 총 8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3장 ‘왜 진보 언론은 자주 불매 위협에 시달리는가’와 5장 ‘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시민단체와 언론개혁의 후원이 줄어들었을까’에서 진보 진영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강 교수는 먼저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를 대하는 과정에서 통합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국론분열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국 사태를 거론하며 “문재인이 생각을 바꾸지 않자, 지지자들은 ‘조국 사태’를 ‘문재인 사태’로 인식하고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희대의 ‘국론 분열 전쟁’에 참전한 것”이라며 “조국이 사퇴했지만, 문재인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조국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드러냄으로써 제2차 국론 분열 전쟁의 불씨를 던졌다. 최소한의 상도덕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이 지금껏 겪은 고초만으로 마음의 빚을 크게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을 꼬집은 거다.

유 이사장에 대해선 “아직도 ‘서울대학교 프락치 사건’이 일어났던 1984년 9월의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프락치 사건이란, 전두환 정권 때인 1984년 9월 서울대 학생들이 학교 내에 있던 타 학교 학생 및 민간인 4명을 정보기관 프락치(첩자)로 오인해 감금하고 물고문·폭행 등을 가한 사건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당시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받았고, 이때 쓴 ‘항소이유서’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강 교수는 유 이사장에 대해 “민주화가 이루어질 대로 이루어진 오늘날에도 유시민은 그 시절의 선명한 선악 이분법의 사고 틀에 갇혀 있다”, “진보의 대의를 위해 운동 조직을 ‘적’의 공격에서 보위해야 한다는 조직보위론을 민주화가 된 세상에서 다시 꺼내 들었다”며 유 이사장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시민이 타고난 달변으로 분열과 증오 대신 관용과 화합을 외치면서 진보적 개혁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전도사로 활약했다면, 한국의 정치 지평 자체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친문 강성 지지층의 이른바 문빠의 편협한 행태에도 날을 세웠다. 강 교수는 “인터넷엔 자신을 ‘어용 시민’으로 칭하는 이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이들은 진보 언론마저 ‘어용’이 될 것을 요구했다”며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를 검증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친문 지지층에게 불매운동을 당한 ‘뉴스타파’를 예로 들었다. 강 교수는 “큰 희생을 무릅쓴 언론인들에게 정부여당에 종속된 ‘기관 보도원’ 노릇이나 하라는 요구가 도대체 어떤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어용을 철저히 실천하는 북한이나 중국 언론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을까”라고 했다.

강 교수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왜 우리는 일반 소비자의 갑질에 분노하면서도 약자를 상대로 한 정치적 소비자의 갑질엔 침묵하는가. 왜 우리는 민생이야말로 소비의 영역임에도 소비를 자본주의의 죄악과 연결시켜 백안시하는 위선과 오만의 수렁에 빠져 있는가”라며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진보주의자가 ‘시민’을 내세워 진보 행세를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윤리적인 소비자’로 살고 있는 이중성과 위선을 깨는 게 더 시급한 일이 아닐까”라며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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