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美 쿠오모 형제, 동생 CNN앵커 코로나19 감염

입력
2020.04.01 17:07
수정
2020.04.01 18:52
21면
구독
크리스 쿠오모(왼쪽) 미국 CNN방송 앵커와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 CNN방송 캡처
크리스 쿠오모(왼쪽) 미국 CNN방송 앵커와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 CNN방송 캡처

“형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는 알아. 그래도 엄마한테 전화할 시간은 있잖아. 엄마가 전화 좀 하래.(크리스 쿠오모)” “여기 오기 전에 전화했거든. 그나저나 엄마는 날 제일 예뻐한대. 넌 두 번째래.(앤드루 쿠오모)”

미국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단 우울증에 빠졌을 때 형제는 방송에 나와 유치한 말싸움을 주고받으며 시청자들을 위로했다. 정치인과 언론인이란 직업적 특성과 혈연 관계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감염병을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던졌다.

하지만 유쾌한 이들 형제도 바이러스 위험을 비껴가진 못했다. 앤드루 쿠오모 미 뉴욕주(州)지사는 31일(현지시간) 남동생이자 CNN방송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렸다. 쿠오모 주지사는 “내 동생 크리스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오늘 아침에 확인했다. 자택 지하에서 자가격리될 것”이라고 전했다. 크리스도 트위터를 통해 “방금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알았다”면서 “상태는 괜찮다”라고 말했다.

쿠오모 형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미국민들의 불안감을 달래는 데 큰 힘을 주고 있다. 생방송에서 망가짐을 마다하지 않은 소탈함이 비결이었다. 16일 동생이 진행하는 CNN ‘쿠오모 프라임타임’이 시작이었다. 주지사 대 진행자로 진지하게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야간 통행금지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토론하던 중 불쑥 형이 “나는 ‘통금’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항상 통금 시간을 정해줬는데, 그 때 분개했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라고 했다. 그러자 동생은 “통금 문제는 당신의 문제 중 그나마 작은 문제가 아니었느냐”고 되받았다. 통금 정책을 놓고 논쟁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개인사를 끌어 들여 서로의 의견을 거칠지 않게 표현한 것이다.

23일에도 형제의 말싸움은 계속됐다. 동생이 중간광고 때문에 “말을 끊어 미안한데…”라고 하자 형은 “미안하면 끊지마”라고 했다. 다시 동생은 “형은 밀어붙이는 재능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아”라고 응수했다. 쿠오모 앵커는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치인들의 속성을 형의 성장과정에 빗대 뼈 있는 농담으로 순화했다.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 장면은 방송 막바지에도 나왔다. 동생이 “내가 형보다 나은 건 농구밖에 없어. 아버지는 앤드루 손은 마치 바나나라도 되는 양 공을 전혀 다루지 못한다고 말하셨지”라고 도발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발끈하며 “거짓말하지 마라. 나가서 혼내주겠다”고 되받아 보는 이들의 웃음을 샀다.

반응은 엄청났다. 방송이 끝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형제의 ‘코미디 쇼’가 우울한 시국에 청량제가 됐다는 평이 많았다. 덕분에 쿠오모 주지사는 코로나19 대응에서 오락가락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되며 바짝 주가를 올리고 있다.

위로 방식 역시 형제다웠다. 쿠오모 주지사는 “크리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젊고 강하다. 괜찮을 것”이라면서 끝까지 여유를 잃지 않았다. 크리스도 투병 중이지만 프라임 타임을 자택에서 진행하겠다며 열의를 보이고 있다.

방송 계획을 알린 크리스 쿠오모 미국 CNN방송 앵커 트윗. 트위터 캡처
방송 계획을 알린 크리스 쿠오모 미국 CNN방송 앵커 트윗. 트위터 캡처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