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 칼럼] 바이러스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입력
2020.03.17 18:00
마스크를 쓴 여성이 올림픽ㆍ패럴림픽 홍보물이 설치된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의 한 사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러스는 ‘살았다’ 또는 ‘죽었다’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존재다. 왜냐하면 딱히 생명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아름다운 생명처럼 생겼고 DNA 또는 RNA로 된 유전자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생명 현상을 유지할 능력이 없다. 박테리아, 식물과 동물에 얹혀 있을 때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바이러스를 ‘죽였다’고 말하기보다는 바이러스를 ‘파괴했다’ 또는 ‘처리했다’고 말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박테리아가 우리 몸에 들어와서 병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그러려면 동식물의 세포보다 많이 작아야 한다. 대충 동물 세포의 100분의 1 크기라고 하자. 그런데 바이러스는 동식물뿐만 아니라 박테리아에 들어가서 기생하기도 한다. 그러니 더 작아야 한다. 동물 세포의 1만분의 1 정도라고 하자. 한 변의 길이가 1㎝ 정도인 주사위 옆에 볼펜으로 점을 하나 찍어보자. 이때 주사위가 소금 알갱이 한 알이라고 한다면 볼펜 점이 동물 세포인 셈이다. 그러니 바이러스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너무 작아서 생명 활동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죽을 수도 없는 존재가 바이러스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에 두고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계를 휘젓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부의 방역 태도와 역량에 대해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올림픽 취소 또는 연기를 주장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무관중 경기로 올림픽을 치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계료라도 챙기자는 심산이다. 하긴 전 세계인을 위해 올림픽을 유치한 나라가 경제적인 손실까지 크게 봐야 되겠는가.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바이러스가 올림픽을 위협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확히 4년 전 이맘때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서 지카 바이러스로 세계인을 긴장시켰다. 지카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집트숲모기와 아시아산 흰줄숲모기를 통해 전염된다. 따라서 당시에는 마스크 파동 같은 것은 없었다. 대신 현지에서는 모기장 파동이 있었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다섯 명당 한 명꼴로 고열, 발진, 관절통, 안구충혈 등의 증세가 있다. 하지만 입원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 문제는 신생아에게 있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부모의 신생아는 소두증을 앓았다. 소두증이란 두뇌가 충분히 자라지 못한 채 머리와 뇌가 작게 태어나는 뇌 손상 증세를 말한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어떻게 자식에게 그런 병을 물려주겠는가. 남자 프로골퍼 세계 톱랭커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리우 올림픽에 불참했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선수촌에는 무려 45만개의 콘돔이 배포되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8,500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9만개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양이다. 모든 선수가 하루에 두 개씩 사용할 수 있는 양이었으니 필요 이상으로 많이 배포한 것이다. 요즘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마스크를 구입하는 것처럼 말이다.

2016년 1월에는 리우에서만 7,700건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지만 다행히도 정작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인 7월에는 140건으로 줄었고 대회 직전에는 지카 바이러스 확진 건수가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처럼 영웅적인 조치를 취하는 정부기관이 브라질에도 있었던 것은 아니다. 또 각국의 선수단이 한국 선수단처럼 모기장과 모기 퇴치제를 단단히 챙기고 모기를 막는 소재로 만든 유니폼을 갖춰 입었기 때문도 아니다. 남반구가 선선한 겨울로 접어들면서 모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20년 도쿄 올림픽도 무사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모기가 아니라 사람에 의해 전염되기 때문이다. 선수와 심판, 취재진과 관중이 모두 잠재적인 전염원이 될 수 있다. 유수한 과학자들은 전 세계인의 상당수가 감염된 이후에나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도쿄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개최되어야 한다. 일본에서 하는 올림픽이 위기에 처하니까 ‘쌤통’이라는 심정이어서는 안 된다. 솔직히 아베 정부가 미덥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세계 시민이다. 올림픽을 위해 힘든 훈련을 감내한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겨룰 수 있어야 한다. 올림픽을 통해 세계 경제 상황이 조금이라도 개선되어야 한다. 올림픽을 통해 한일 관계가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남과 북의 선수들이 손을 맞잡고 입장하는 장면도 보고 싶다. 도쿄 올림픽 성공을 위해 전 세계인이 힘을 합쳐야 한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것은 대구와 경북의 신천지 신도들의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생기는 착시에 불과하다. 두 지역을 제외하고 보면 여전히 증가세는 멈추고 있지 않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 함께 맞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손을 깨끗이 자주 씻자.

바이러스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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