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또 광주서구을 전략공천 만지작… “총선 악재될라”

입력
2020.02.20 10:45
수정
2020.02.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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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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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4ㆍ15 총선 광주 서구을 선거구를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전략공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상당한 데다, 자칫 이번 총선 표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20일 현재 광주ㆍ전남 지역 18개 선거구 중 13곳을 경선 지역과 단수 후보선정 지역으로 확정했다. 공관위는 21일 나머지 5곳에 대한 경선 지역 확정 등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 중 광주 서구을을 여성 단수공천지역으로 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감지되고 있다. 당장 지역민들 사이에선 “민주당이 전략공천이라는 허울로 민의도, 절차도 무시하며 지역민들의 선택권을 뺏으려 한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했던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이런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선거구엔 고삼석ㆍ양향자ㆍ이남재 예비후보가 경선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지역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서구을 지역구에 여성 단수공천을 강행하면 목전에 둔 총선을 되레 어렵게 만드는 ‘악수(惡手) 중의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에 편승한 민주당의 구시대적 사고와 정당 운영방식이 결국 표심을 무시한 오만으로 비춰져 텃밭 민심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서구을 선거구의 정치 환경과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보면 이런 우려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서구을의 전략공천 역사는 2012년 4월 19대 총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를 통해 서구을에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당시 오 후보가 당선되기는 했지만 성난 민심은 상대 후보인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에 표를 던지면서 39.7%라는 기록적 득표율을 만들어줬다. 이는 이른바 이정현 신화의 단초가 됐다. 이후 2014년 12월 오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의원직을 상실한 뒤 이듬해 4월 보궐선거가 치러졌지만 당시 조영택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패배했다. 당시 문재인 당 대표가 수 차례 광주를 방문해 조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민심의 역풍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 같은 민심 이반은 반(反) 문재인 정서와 안철수 바람을 일으켰고, 결국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압승으로까지 이어졌다. 20대 총선 때도 민주당은 서구을에 양향자 후보를 전략공천했지만 천정배 의원을 꺾지는 못했다.

이모(51ㆍ자영업)씨는 “민심을 저버린 민주당이 어떻게 됐는지는 역대 선거가 잘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에도 서구을에 전략공천을 한다면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도 “민주당의 서구을 전략공천이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키울 뿐만 아니라 광주와 전남 등 다른 지역의 지방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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