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추가로 인정된 ‘삼성 뇌물 27억원’ 치명타

입력
2020.02.19 17:56
수정
2020.02.19 19:4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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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2심 형량 왜 높아졌나

다스서 빼돌린 5억도 유죄 인정

뇌물혐의 총액 89억으로 늘어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징역 15년)보다 더 높은 징역 1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형량이 더욱 높아진 것에는 항소심에서 추가로 인정된 삼성그룹 관련 뇌물액과 자동차 부품기업 다스 관련 횡령액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가 인정한 이 전 대통령의 삼성 관련 뇌물액은 총 89억원에 이른다. 1심인 삼성 뇌물 인정액 61억8,000만원보다 27억2,000만원이 증가했다.

앞서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제보를 바탕으로,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비 명목으로 430만달러(51억6,000만원)를 추가로 받았다며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 때문에 항소심 공소사실 기준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총액은 119억원에 늘었고, 재판부는 이 가운데 75%인 89억원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다스에서 빼돌린 금액도 늘어났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허위급여와 승용차 구입대금으로 5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까지 공소사실에 넣었지만, 1심은 공소시효를 지났다며 면소(실체적 소송 조건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소송을 종결하는 것)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일련의 경영비리가 모두 하나의 행위로 연결되어 있다는 ‘포괄일죄’ 개념을 적용해 공소시효를 확정했고, 5억원 또한 유죄로 판단했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의 다스 횡령 총액은 252억원으로 늘었다.

이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부인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임한 자세도 양형에 참작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면서 “자신의 행위에 책임질 부분이 명백함에도 반성하거나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건네 받았다는 뇌물은 액수가 대폭 줄었다. 1심은 검찰의 공소사실 22억6,230만원 중 19억 1,230만원을 유죄로 인정했으나, 항소심은 금품 2억원과 양복비 대납액(1,230만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김소남 전 의원에게서 받았다는 4억원 중에서는 2억원만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가 이날 징역 17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을 결정하자, 이 전 대통령은 잠시 이를 꽉 물고 허공을 바라보는 등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는 재판부 선고가 끝난 뒤에도 약 7분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재수감 절차를 위해 법정을 빠져나가는 동안 재판을 찾은 지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그래, 수고했어”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상고 방침을 내비쳤다. 강훈 변호사는 “판사와 변호사가 같은 법률가로서 같은 증거기록을 읽고 내린 판단이 이렇게 극과 극으로 다를 수 있는지 의아하다”며 “변호인으로서는 재판부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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