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사스 바이러스도 유출… 중국 연구소 지탄받는 이유 있었다

입력
2020.02.17 17:12
수정
2020.02.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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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 수용 병원으로 용도 전환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 컨벤션센터의 빈 공간에서 16일 주민들이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우한=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 수용 병원으로 용도 전환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 컨벤션센터의 빈 공간에서 16일 주민들이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우한=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초 발원지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면서 중국의 바이러스 연구소가 지탄을 받고 있다. 과거에도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돼 전염병이 확산된 뼈아픈 전례 탓이다. 여기에 중국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2004년 3월 29일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산하 베이징 국립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대학원생 여성 연구원(26)이 발열 증세로 입원했다. 이 연구원은 4월 22일 사스(SARSㆍ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연구소는 다음 날 폐쇄됐다. 박사 후 과정을 밟으며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던 남성 연구원(31)도 2주 후 병원에 입원하면서 연구소의 확진자는 2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들 남녀 연구원은 서로 접촉하지 않아 각각 개별적으로 연구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안후이성에 사는 여성 연구원의 어머니(53)는 딸을 간호하고 돌아갔다가 4월 19일 숨졌다. 이후 여성 연구원의 가족ㆍ친척ㆍ이웃과 연구소 동료 등 7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890여명이 격리됐다. 여성의 어머니가 사망 전 확진 환자가 아닌 의심환자로 분류된 터라, 그가 자유롭게 다녀간 지역사회의 동선을 추적한 결과 격리 인원이 대폭 늘었다. 2003년 전세계에서 774명이 사망한 사스 사태가 겨우 진정된 지 1년도 채 안돼 바이러스가 다시 퍼지면서 감염 공포는 극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생 초기부터 조사에 적극 참여했지만 끝내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WHO는 “처음 감염된 2명의 연구원 모두 사스 바이러스를 직접 다루는 실험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한가지 원인이나 하나의 과정을 통해 감염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WHO는 “연구소에서 사스 바이러스를 다루고 처리하는 방법과 절차를 포함한 생물안전성 관리에 대해서는 우려가 상당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연구진이 실험에 사용한 노트북을 밖으로 갖고 다녀도 베이징 연구소는 전혀 통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규정만 제대로 지키면 실험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는 없다”면서 바이러스의 온상인 연구소를 소홀하게 운영한 중국 보건 당국의 느슨한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WHO는 사고 이후 “사스 바이러스 실험은 반드시 생물안전성 3등급(BSL-3) 이상의 시설에서만 해야 한다”고 기준을 강화했다.

이후 중국 전문가와 의료진은 “생물학 실험실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수도 베이징에서는 중국 공정원의 연구원이 실험용 동물과 우유를 내다팔아 1,000만위안(약 17억원)을 챙기는가 하면, 중국 농업대학의 유전자이식 전문가는 3,700만위안(약 63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적발돼 징역 12년을 선고 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글로벌타임스가 17일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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