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멈춘 ‘제주살이’ 바람… 짐 싸서 서울로 갔다

입력
2020.02.17 16:19
수정
2020.02.17 16:3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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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 전경. 연합뉴스
제주시 조천읍 전경. 연합뉴스

지난해 제주에서 서울로 이동한 인구가 서울에서 제주로 이동한 인구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으로 탈(脫)제주 행렬이 이어지자 제주 아파트값도 하락부진에 빠진 모양새다.

17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이 통계청의 인구이동 통계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서울로 총 10명이 순이동(전입-전출)했다. 623명이 순이동했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로 전입한 인구가 더 많아진 것이다.

이른바 ‘제주살이’ 열풍이 불었던 2010년 이후 서울에서 제주로의 인구 순유출은 10년 가량 지속돼 왔다. 은퇴 노년층의 이주와 국제학교 입학을 위한 강남권 거주자의 제주 이전이 유행으로 자리 잡은 결과였다. 특히 제주에 중국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경기가 활성화되자 2015년에는 최고 4,083명의 순유입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드(THAAD)사태 이후 발효된 ‘한한령’과 급격히 상승한 주택가격 등 부정적인 요인들이 겹치며 순유입 인구는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2015년에는 강남3구에서 1,059명이 제주로 순유출됐지만 2019년에는 18명 순유출에 그쳤다. 학령기인 10-20세 미만의 제주에서 서울로 순유출은 2015년 대비 3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아파트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연간 최고 13.78%까지 상승했던 제주 아파트 가격은 2019년 3.66% 하락으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제주 내 집값이 가장 비싼 노형동 아이파크2차의 경우 115㎡(전용면적) 기준 실거래가가 2017년 7월 11억1,700만원에서 2019년 8월 8억3,000만원으로 하락했다. 84㎡도 2017년 2월 8억원에서 2019년 4월 6억9,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외지인 투자 비율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2년 이후 제주 외 거주자가 아파트를 매입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하기도 했지만 2019년에는 15.7%로 줄었다. 특히 서울의 매입비중이 5.2%에 그치며 외지인 매입비중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테이터랩장은 “인구 유출과 함께 제주 아파트 시장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며 “제주2공항 건설과 한한령 해제 등의 긍정적인 요인도 있으나 이는 아파트보다는 토지시장 중심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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