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필사적으로 봉준호와 일하길 원한다”

입력
2020.02.15 14:11
수정
2020.02.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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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지난 9일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각본상을 받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지난 9일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각본상을 받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으로 할리우드의 모든 영화사와 배우들이 봉준호 감독과 일하는 걸 원하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연예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14일(현지시간)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할리우드가 필사적으로 봉준호와 네온과 함께 일하고 싶도록 만들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효과를 분석했다.

버라이어티는 일단 봉 감독이 아카데미상 4관왕의 최대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봤다. 봉 감독이 제작비에 대한 걱정 없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흥행 분석가 제프 복은 버라이어티에 “봉 감독은 이미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영화들에 대해 보다 많은 통제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설국열차’(2013)와 같은 상황을 절대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국열차’가 2014년 와인스틴컴퍼니 배급으로 미국에서 개봉했을 당시, 봉 감독이 와인스틴컴퍼니의 수장 하비 와인스틴과 상영시간 20분 가량을 삭제하는 것을 놓고 갈등했던 상황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봉 감독이 이미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점도 할리우드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봉 감독은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화 2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1편은 한국어 영화이며, 다른 1편은 영어 영화”라며 “한국어 영화는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다룬 것이며, 영어 영화는 2016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미국 애덤 맥케이 감독과 TV드라마판 ‘기생충’을 미국 케이블채널 HBO를 통해 제작할 예정이다. 버라이어티는 “봉 감독이 메이저 스튜디오와 동영상스트링업체(OTT) 사이에서 투자배급사를 고를 것이고, (제작에) 필요한 예산을 가져오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며 “관계자들은 봉 감독이 만들게 될 영화들을 (한꺼번에 묶는) 대형 계약 체결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면서도 ‘설국열차’와 ‘옥자’(2016)로 해외 배우들과 협업한 이력도 할리우드 배우들의 관심을 살만하다. 봉 감독은 ‘설국열차’로 배우 크리스 에번스, 에드 해리스,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등과 함께 일을 했다. ‘옥자’로는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등과 작업했다. 한 특급 에이전시 관계자는 “다음에 어디서 어떤 작품을 만들지 모르는 신비로움이 봉 감독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차기작이) ‘기생충’처럼 한국 배우들만 캐스팅하는 영화일수 있고, ‘옥자’처럼 다양한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 수도 있으니 (할리우드 배우들이) 봉 감독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매우 적은 기회를 더 잡고 싶어할 것”이라고 버라이어티에 밝혔다.

버라이어티는 오스카 수상으로 봉 감독뿐만 아니라,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인 네온의 가치도 높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2017년 설립한 신생 회사인 네온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받으며 인디 영화 분야의 거물로 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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