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이겨내 다행입니다” …“꼭 다시 오겠습니다”

입력
2020.02.15 11:21
수정
2020.02.1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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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걸쳐 700여명 진천과 아산 격리시설서 퇴소

교민과 주민들 서로 격려와 감사의 말 전해

[저작권 한국일보]15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온 교민들이 2주간의 격리 생활을 한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이들의 퇴소를 환영하고 있다. 진천=김영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15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온 교민들이 2주간의 격리 생활을 한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이들의 퇴소를 환영하고 있다. 진천=김영훈 기자

"힘드셨죠? 잘 이겨내서 다행입니다." 16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지역 주민들은 우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시설을 빠져 나오자 박수로 격려의 인사를 전했다. 보름 동안 격리 생황에서 풀려난 교민들도 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꼭 한번 다시 방문하겠습니다”면서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입국해 2주일 가량 충북 아산과 진천에 분산 격리됐던 700여명의 교민이 15, 16일 이틀에 걸쳐 모두 퇴소했다. 15일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1차로 입소했던 교민 366명이 시설을 떠난 데 이어, 16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2차로 입소했던 교민 334명이 격리생활을 마치고 국내 체류지를 향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 오세현 아산시장 등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과 함께 지역 주민들도 이틀 동안 교민 환송행사를 지켜봤다. 주민들은 눈이 내리고 전날보다 기온이 떨어져 다소 추운 날씨에도 16일 아침 일찍부터 나와 귀가하는 교민들을 응원했다. 현장을 찾은 한 주민은 “교민들이 마지막까지 아프지 않게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돼 정말 기쁘다”며 “처음에 좀 반대를 했지만, 이해해줄 거라 믿는다. 좋은 기억만 갖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환송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일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는 '귀가를 축하합니다' '꽃길만 가득하길'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설 입구에 만들어 붙인 응원 게시판에는 '힘드셨죠? 잘 이겨내서 다행입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귀가하셔서 다행입니다' 등의 응원 글을 붙였다. 충청북도와 진천군, 음성군은 우한 교민들에게 건강 음료와 친환경 발효 비누, 들기름 등의 지역 특산물을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입구에 ‘우한교민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이름으로 응원 메모를 붙일 수 있는 게시판이 설치 돼 있다. 진천=김영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입구에 ‘우한교민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이름으로 응원 메모를 붙일 수 있는 게시판이 설치 돼 있다. 진천=김영훈 기자

시설을 떠나는 교민들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15일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퇴소한 오찬교(30)씨는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이 막고 그래서 죄송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특산품도 넣어주고 환송해도 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회사원 전상원(29)씨는 “아산에 격리 의심 환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여기도 그런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는데, 모두 음성으로 나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며 “2주 동안 주민들이 과분한 대접을 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한 버스로 권역별로 이동한 뒤 격리생활에서 풀려난 교민들은 해방의 기쁨을 만끽했다. 오상원(가명∙30) 씨는 "방을 나갈 수가 없으니 담배를 못 펴서 너무 답답했다”면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폈다”고 웃으며 말했다. 교민들은 격리되는 동안 혼자 밥을 먹고, 외롭게 생활하는 것에 가장 어려움을 겪었다고 입을 모았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진천=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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