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복지관 후원금 빼돌려 위탁 운영 투자금 충당한 성공회

입력
2020.02.15 09:31
수정
2020.02.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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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 회계부정 혐의로 검찰에 고발

[저작권 한국일보]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용산장애복지관 위탁 운영 과정에서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이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한 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 김호세아(오른쪽 두 번째)씨가 발언하고 있다. 권경성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용산장애복지관 위탁 운영 과정에서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이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한 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 김호세아(오른쪽 두 번째)씨가 발언하고 있다. 권경성 기자

최근 7년간 지방자치단체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장애인복지관이 자체 행사로 벌어들인 후원금 수천만원을 빼돌려 재단이 스스로 마련해야 할 복지관 투자금을 충당한 대한성공회가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은 14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을 배임과 회계부정 등 혐의로 고발했다. 단체에 따르면, 성공회재단은 2013~2019년 구립 용산장애인복지관을 용산구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면서 복지관 공식 회계기록에 없는 후원금 5,021만9,000원을 재단으로 송금한 혐의다. 2013년부터 매년 복지관이 지역 장애인과 주민이 참여하는 ‘The(더)함 축제’라는 행사를 열었고 행사를 통해 참가자들이 낸 후원금이 들어왔는데, 대부분이 ‘비자금 통장’으로 관리된 이 돈이 재단으로 흘러 들어갔다가 법인전입금 명목으로 다시 복지관에 내려왔다는 게 단체의 주장이다. 이는 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의 내부 제보를 받아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에 이미 용산구가 재단에 복지관에서 재단으로 건너간 후원금 5,021만9,000원을 복지관 후원금 계좌로 반환할 것을 명령하고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한 상태다. 또 복지관장과 회계 책임자 등의 인사 조치도 요구했다. 성공회재단은 개신교 교파 중 하나인 성공회가 만든 재단법인으로 전국에서 100곳가량의 사회복지시설을 운영 중이다.

단체는 이날 고발에 앞서 서울 중구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금을 조성해 법인으로 보낸 돈을 다시 법인전입금으로 충당하는 건 명백한 탈법이자 일종의 ‘돈세탁’”이라며 “이미 구리시립요양원 운영 과정에서 같은 비리를 저질렀던 성공회재단이 같은 부정행위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사회복지사업에 참여하는 비영리법인의 회계부정이 관행화ㆍ구조화했음을 확인했다”며 “이번 고발로 그간 종교 재단의 지역사회 복지 활동 이면에 뿌리깊게 박혀 있던 회계부정 행위가 바로잡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 한국일보]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연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경성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연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경성 기자

해당 비리의 내부고발자인 용산장애인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 김호세아씨는 이날 회견에서 “저희 기관에서 발생한 비리가 업계에 관행처럼 만연해 있지만 형사 처벌은커녕 지자체의 처분도 솜방망이다 보니, ‘안 걸리지 그만’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 같다”며 “지역주민들과 후원자, 직원들을 기만하는 회계비리는 엄중한 법의 심판 대상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내부고발자인 제가 관심에서 멀어지면 결국 잿더미만 남는 장작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 용기내지 못한 제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힘을 실어주려 회견에 나왔다”며 “앞으로도 내부제보라는 세상을 감시하는 횃불이 계속 타오르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함께 회견에 참석한 곽영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사무처장은 “예수의 가르침이 복지 현장에 스며들도록 해야 할 성공회가 오히려 위법ㆍ탈법을 저지르고도 반성 없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종교집단의 눈치를 보느라 범법 행위를 지도 감독하지 않는 지자체에도 책임이 있다”고 질타했다.

성공회재단 관계자는 본보에 “회계 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었고 잘한 건 아니지만 애초 법인전입금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충당하려는 목적이었고 실제 돈이 전부 복지관에 돌아가지 않았느냐”고 해명했다. 그는 “성공회의 교세와 재단 예산으로 해당 기간 법인전입금 1억3,500만원을 전부 부담하기 버거웠고 이런 사정은 다른 종교재단들도 비슷하다. 성공회재단이 먼저 매를 맞고 있는 셈”이라며 “용산장애인복지관 위탁 운영을 이미 포기하기로 했다. 앞으로 법인전입금이 있는 복지 시설의 위탁 운영권은 더 이상 받지 않고 기존 위탁 운영 시설도 수탁 기간이 끝나면 운영권을 반납한다는 계획을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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