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감독 김남일 “정경호 코치가 엄한 아빠, 저요? 자상한 엄마죠”

입력
2020.02.15 04:30
김남일(오른쪽) 성남 감독과 정경호 수석코치가 최근 경남 거제군에서 치러진 전지훈련에서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성남FC 제공

‘진공청소기’ 김남일(43) 성남 감독은 요즘 K리그 감독 데뷔 시즌 준비로 고단한 나날을 보낸다. 정경호(40)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밤낮으로 호텔 방에 모여 토론하고, 전술이나 전력은 물론 선수들의 심기까지 살뜰히 챙긴다. 훈련일정에 적힌 취침시간은 밤 11시30분이지만 성남의 30대 후반~40대 중반으로 구성된 젊은 코칭스태프는 툭하면 날을 넘기며 소통한다.

그래서인지 코칭스태프들의 ‘토론방’엔 흡사 PC방 간식코너처럼 다양한 과자와 음료, 과일까지 마련돼 있다. 12일 제주 서귀포시의 한 호텔에 꾸려진 토론방에서 만난 김 감독은 “팀 매니저가 자기 먹고 싶은걸 사다 놓은 것 같다”며 머쓱하게 웃어 보이더니 “사실 나도 먹고 코칭스태프들도 회의 때 함께 먹는다”고 했다. 젊은 코칭스태프 취향을 고려한 토론방인 셈이다.

신태용(50) 감독과 호흡한 2018 러시아월드컵 대표팀 코치 당시 느슨해진 선수단 분위기를 두고 “마음 같아선 빠따(배트)라도 들고 싶었다”고 말해 논란이 됐던 그는 지난해 12월 성남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선 “빠따 대신 빠다(버터)같은 부드러운 감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쉽진 않지만 선수들에게 한 발씩 다가가려고 노력 중이다. 실제 감독이 돼서는 신태용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롤모델이란다.

김 감독은 “팀 분위기가 점점 유연해졌다”라며 “선수들이 밥 먹을 때나 차 한 잔 할 때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나눈다”며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 창의적인 부분을 키워가자는 방향으로 새 시즌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다만 기강이 느슨해질 때쯤이면 지난 시즌까지 상주 상무 수석코치를 맡아 지도력을 쌓은 정경호 코치가 나선단다. 김 감독은 “팀 내에선 정 코치가 엄한 아버지 역할, 내가 자상한 엄마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남일 성남 감독이 12일 제주 서귀포시 한 호텔 내 마련된 토론방에 비치된 과자를 집어들었다. 서귀포=김형준 기자

새 시즌이 결코 만만치 않을 거란 걸 그도 안다. 게다가 K리그2(2부 리그)로 강등되면 제주 경남 등 K리그1(1부 리그) 경험을 맛 본 팀들은 물론 대전하나시티즌 서울이랜드 등 팀을 완전히 갈아 엎은 도전자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김 감독은 “선수 때 바라본 축구와 코치로서 바라본 축구는 또 다르다”며 “많은 부담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팀 완성도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면서도 “준비기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개막쯤엔 80%수준, 10경기 정도 치르면 100%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감독은 대체로 1차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몸을 만들고 2차 전지훈련 때 전술을 입히는 방식에서 벗어나 1차 전지훈련에서부터 전술훈련과 체력훈련을 병행했다. 그는 “하루 빨리 내 팀 컬러를 입히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젊은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 최고참 이적생 양동현(34)과 성남의 버팀목 연제훈(26)의 솔선수범이 고맙다”면서 “신구 조화를 잘 이루고, 내 축구철학을 잘 입혀 시즌 끝날 무렵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어느 팀과의 대결이 가장 기대되느냐는 질문에 “모든 팀들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원과 인천, 전북 등 내가 몸담았던 팀들과 상대할 때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서귀포=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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