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완전식품 달걀, 산란일자 표시로 더 신선해져

입력
2020.01.27 18:00
수정
2020.01.27 18:48
22면
구독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달걀 산란일자 표시
달걀 산란일자 표시

천마총 발굴 당시 깜짝 놀랄만한 유물이 발견됐다. 2개 토기에 20여개 분량의 달걀껍데기가 보관돼 있었다. 1,500여년 전 달걀이 출토된 것이다. 왕릉에서 나온 것을 보면 달걀은 아득한 옛날부터 귀한 음식이었다.

몇십 년 전까지도 달걀은 특별한 날에 준비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누군가에게 달걀 요리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는 따뜻한 기억을 주기도 했다. 귀하디 귀하던 달걀이 집 앞 마트에 가면 언제나 구입할 수 있는 식재료가 되었다.

요리법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아 수십 가지 달걀 요리만을 보여주는 인터넷 채널도 있다. 달걀은 과거에 희소성으로 가치를 높였다면 지금은 활용도로 가치를 높인다. 식재료로 달걀의 변하지 않는 위상은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많은 식재료인데다 영양학적으로도 완전식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영양학회에 따르면 달걀에는 단백질, 지방뿐만이 아니라 필수 비타민 등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특히 일반 농수산물에서는 얻기 어려운 비타민D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육류로 얻을 수 있는 동물성 단백질을 아주 저렴하게 보충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1인당 연간 270여개의 달걀을 소비한다. 사흘에 두 개 정도 섭취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신선한 달걀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표시제’가 지난해 8월 23일부터 시작되었다. 신선한 달걀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 생산자 정보, 사육환경을 나타내는 총 10자리의 숫자·영문자를 표시하도록 하였다.

처음 4자리 숫자는 달걀 산란일자로, ‘0128’이라고 적혀 있다면 올해 1월 28일에 생산된 달걀을 뜻한다. 다음 5자리는 생산농장의 고유번호다.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5자리를 검색하면 생산농가 명칭, 소재지 등을 알 수 있다. 마지막 한 자리는 동물 복지 수준을 나타내는 숫자로 어떤 환경에서 닭을 키웠는지 알 수 있다.

1에서 4까지 번호로 구분하여 1번은 방목장에서 닭이 자유롭게 다니도록 키우는 사육 환경을 나타낸다. 2번은 닭장과 축사를 자유롭게 다니게 하는 사육 환경을 뜻한다. 3, 4번은 닭장에서 키우는 사육 환경으로 3번보다 4번 환경에서 동일 면적당 더 많은 닭이 사육된다.

최근 한 소비자단체가 시판되는 달걀의 외관, 노른자·흰자의 모양 등 신선도를 검사한 결과, 최고 수준인 A급 비율이 82%로, 같은 단체가 2011년과 2012년에 조사한 A급 비율인 36%와 33%와 비교하여 뚜렷이 향상됐다. 또한 소비자 1,0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제도가 ‘효과 있다’라고 답한 소비자가 82%였다.

과거 과잉 생산돼 창고에 묵혀 두었던 일부 달걀이 포장 일자 기준으로 유통기한이 새겨져 나와 유통되었다. 이런 관행이 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표시제 시행으로 사라지면서 식탁 안전도 한 단계 높아졌다.

또한 같은 단체에서 실시한 의미 있는 실험 결과가 또 있다. 냉장고에 넣어둔 달걀의 신선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한 것이다. 그 결과, 실험 시작 후 30일까지 신선도가 A급을 유지하였다. 통상 시중에 냉장 유통되는 달걀의 유통기한은 45일이다. 냉장 유통ㆍ보관한 달걀은 30일 내 신선도가 거의 바뀌지 않으므로 산란일자가 며칠 지나도 달걀의 품질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 다만 달걀 구입 후 곧바로 냉장 보관하여야 한다. 냉장 보관한 달걀을 실온에 두면 달걀 표면에 이슬이 맺혀 안으로 스며들어 쉽게 상할 수 있다.

산란일자 표시제가 시행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표시제 실태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시행 한 달 만에 유통되는 달걀의 99%에 산란일자가 표시돼 안전하게 정착된 것이다. 하지만 표시제 활성화와 합리적 운영을 위해 여전히 노력해야 할 것이 있다. 소비자가 달걀을 살 때 겉포장에서 산란일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 포장을 사용하거나, 산란일자를 겉포장에 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산농가는 소비량에 맞는 적정 닭 사육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식약처는 산란일자 표시제를 시행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귀를 열어 놓고 있다. 소비자들이 단백질·지방·비타민이 풍부한 완전식품인 달걀을 신선하게 구입하여 건강을 챙기고 닭을 기르는 농가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