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균형] 더워진 지구와 물새

입력
2020.01.21 18:00
바다오리(Common Murre) Pixabay David Mark 이미지

지난 여름은 북반구에서 대규모 산불이 이어졌고, 남반구 여름에는 호주에서 사상 유례 없는 산불이 번져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다행히 비가 내렸으나 훼손된 산림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나고 과도한 재가 물길로 유입되어 수생태계마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에서는 근래에 보기 드문 따뜻한 겨울과 겨울비가 이어집니다. 눈 없이 보내는 겨울이 이제는 흔해질까 걱정됩니다. 이 뜨거운 지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이 기후 변화는 어떻게 생물에 영향을 미칠까요? 여기에 가느다란 실마리가 있습니다.

북부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번식하며 가장 많은 바닷새에 속하는 바다오리라는 종은 지난 수십 년간 감소해 왔고, 이는 번식지와 사냥터인 해양 환경의 변화로 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2015년 여름과 2016년 봄 사이에 해양 열파가 북태평양을 휩쓸었는데 이는 1870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더 덥고 오래 지속되었죠. ‘블럽’이라 부르는 이 해양 열파가 발생하였고 북미 태평양 연안의 해수면 온도가 섭씨 1~2도 상승하였습니다. 작은 변화 같지만, 해양 생태계엔 엄청난 혼란을 일으킵니다. 멸치나 정어리 같은 작은 먹이 생선들이 다른 시원한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명태 등의 더 큰 포식성 어류가 늘어났죠. 특히 몸이 차가운 어류가 따뜻한 환경에 노출되면 대사율이 올라가기에 더 많은 먹이를 소비하게 됩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다오리 100만마리 이상이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대서양의 6,000㎞ 해안선에서 6만2,000마리 이상이 발견되었고 이 중 3분의 2가 번식 중이었던 성체들로 보입니다. 해안에 떠밀려 온 죽은 새보다 최소 7배 혹은 수백 배가 실제로 죽는다는 이전 연구로 추정해 보자면, 실제로 수백만 마리가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여기서 더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건강한 개체군에서는 번식 가능 조류의 약 95%가 다음 해까지 생존하지요. 많은 바닷새는 40년 이상까지 살며, 연간 단 하나의 알만 낳고, 그마저도 일곱 살부터 번식을 시작합니다. 이때 새끼에게 공급할 수 있는 먹이량이 결국 전체 개체군 크기를 제한하게 됩니다. 어린 새들은 자연적으로 많이 죽습니다. 이 죽음을 뚫고 번식 연령에 도달한 새들이 보통의 상황보다 많이 죽으면, 죽은 새들을 대체할 새로운 새끼들이 없어지고, 개체수도 극단적으로 줄어듭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규 연구에 따르면, 알래스카 만에서 번식하는 개체수가 10~20% 감소했다고 합니다. 2015년부터 3년간 알래스카의 바다오리 군집에서 산란을 못했거나 새끼를 키우지 못한 완전 번식 실패가 보고된 바도 있습니다. 이러한 완전한 번식 실패는 바다오리 개체군에서는 매우 드물며, 이는 먹이가 극도로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어쩌다 한 번 나타난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생태적 비극은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바람과는 다르게, 객관적 사실로는 이 상황이 더욱 깊고 넓어질 것이라는 겁니다. 인간이야 더워진 지구를 당분간은 어찌 버텨내겠지만, 기후변화를 줄이는 구체적 행동을 지금 당장 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균형이 깨지고 인류도 바다오리의 신세를 면치 못할 듯합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한국일보 뉴스 네이버 채널 구독하기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1,324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