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현 금리정책, 부동산정책과 상충 아니다”… 올 기준금리 어디로?

입력
2020.01.17 20:30
수정
2020.01.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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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 총재가 1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실에서 열린 오늘 새해 첫 금통위 회의에서 위원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주열 한국은 총재가 1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실에서 열린 오늘 새해 첫 금통위 회의에서 위원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가 정부 부동산정책과 상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17일 밝혔다. 저금리가 집값 상승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 건 맞지만, 부동산 가격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당장 집값만 보고 금리를 조정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당분간 완화적인 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면서도, 조심스레 경기회복 기대감을 드러내 추가 금리인하에는 신중한 모습을 내비쳤다.

◇“올해 중반에는 반도체 회복될 듯”

한은은 이날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하반기 두차례 인하와 최근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결정이다.

금통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는 올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건설투자와 수출이 감소를 지속했으나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하고 소비 증가세도 확대되는 등 긍정적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경기 역시 “최근 데이터를 보면 올해 중반에는 회복국면에 들어설 거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와의 정책 공조 차원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통화정책에선 거시경제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는 게 한은의 목표”라며 “완화 기조를 어느 정도 유지할지는 금융안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대출증가나 집값상승 등의 불안정 상황도 향후 금리 결정에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 기조 속에 풍부해진 시중 유동자금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저금리 등 완화적 금융여건이 주택가격에 일정 부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택 가격 결정에는 금리 이외에 수요와 공급, 시장 참여자의 향후 가격 예상과 기대, 정부 정책 등 다른 요인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은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발은 맞추지만, 당장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기준금리 더 안 내릴까

시장은 이날 이 총재의 언급을 토대로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질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추가 금리인하가 자칫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데다, 이 총재가 “우리 기준금리가 제로(0)까지 가는 것은 상정하고 싶지 않다” “(한국 같은) 비(非)기축통화국의 금리는 기축통화국(미국 등)보다 높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연 1.50~1.75%)는 한국보다 높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저물가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로 금리를 내려야 했다면, 올해는 가계부채나 부동산 급등 우려 측면에서 동결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추가인하 여지 또한 여전히 열려 있다.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데다, 물가도 높지 않을 전망이어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여전하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금통위 내 소수의견(금리인하 주장)도 직전 회의(1명)보다 늘어난 2명(조동철 신인석 위원)이 됐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2명으로 늘어 상반기 금리인하 여지를 열어뒀다”며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려면 더욱 완화적 통화정책이 요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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