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구 던지는 부동산 규제 발언, 정부ᆞ정책 신뢰만 떨어뜨린다

입력
2020.01.17 04:40
31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과기부·방통위 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과기부·방통위 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주택거래허가제’ 발언이 공연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강 수석은 15일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집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대통령의 신년사 발언 이후 잔뜩 예민해진 시장에서 큰 충격파가 일었다. 야당은 ‘공산주의적 발상’이라며 격동하고, 국토부는 화급히 시행 가능성을 부인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택거래허가제가 뜬금없는 얘기는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서울 강남 등을 겨냥해 추진 가능성을 공식화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무엇보다 사유재산권의 지나친 제한, 부동산시장 침체 등이 우려됐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집값 앙등으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정부는 초고강도 대책인 ‘12ㆍ16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극단적 대책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부동산정책은 어떤 경제 정책보다도 적극적인 공익 개념이 필요한 분야다. 그래서 토지허가거래제가 도입됐고, 주택 거래에서도 1가구 1주택 우선 분양제도나 최근의 고가주택에 대한 자금출처 전수조사 등이 정당화되고 있다. 하지만 공익에 매몰돼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인 사유재산권을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 주택거래허가제는 그 소모적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자산가치에 대한 장기적 신뢰를 훼손하고 시장을 왜곡해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더 크다.

청와대는 강 수석의 발언이 “집값 안정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그래도 문제다. 중요한 건 정책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는 확인이지, 공포나 위협을 통해 공연히 시장을 뒤흔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무수석이 자신의 소관도 아닌 부동산정책에 대해 함부로 발언한 것도 개탄스럽다. 안 그래도 정의용 안보실장의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생일 축하 메시지 전달 요청’ 등 청와대 참모진의 앞뒤 없는 발언이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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