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의대 교수회 “유 의료원장, 이국종 교수에게 사과하고 물러나라”

입력
2020.01.16 11:09
수정
2020.01.16 19:04
13면

욕설 섞인 막말ㆍ폭언에, 성명 발표하고 사임 촉구

16일 발표된 아주대 의대 교수회 성명서.
16일 발표된 아주대 의대 교수회 성명서.

이국종 아주대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장에게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욕설이 섞인 막말과 폭언을 한 사실이 최근 공개된 것과 관련, 아주대 의대 교수회가 16일 성명을 통해 유 의료원장의 사과와 사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어 이은소 아주대 의대 교수회 회장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센터장처럼 원장에게 폭언을 들은 교수가 더 있다”고 폭로하며 유 의료원장이 교수회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추가 행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날 해군 훈련참가를 마치고 귀국한 이 센터장의 병원 복귀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외상센터를 둘러싼 갈등 국면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교수회는 이날 성명에서 “언어폭력은 사건의 동기나 그 이면의 갈등과 상관없이 그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병원내의 고질적 문제인 물리적, 언어적 폭력, 태움 등을 막기 위해 솔선해 직장 내 괴롭힘을 막고 가해자를 처벌, 징계해야 하는 의료원의 최고경영자가 가해자라는 사실에 우리는 깊은 우려와 자괴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우리 의료원의 평판을 송두리째 추락시킨 유희석 의료원장의 행동을 의료원 입장에서도 묵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하면서 부처간 혹은 개인간 갈등이 아닌,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는 진단도 내렸다. 교수회는 “유 의료원장은 이국종 등 전체 교수들에게 사과하고 사임해야 한다”라며 “의료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의견을 묵살하고 반대 의견 발표를 억압하는 풍토를 타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 의료원장이 이 센터장에게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가 말이야”라고 욕설 섞인 막말을 한 사실이 최근 공개되면서 의료계 안팎에 파문이 일었다. 아주대 병원 측은 “녹취는 4~5년 전 상황”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미 외상센터 운영을 둘러싸고 유 의료원장과 이 센터장과의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폭언 녹취까지 공개되자 동정과 응원 여론이 이 센터장에게 급속도로 기울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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