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풍성한 구성을 갖춘 제네시스의 첫 번째 SUV, 제네시스 GV80 AWD

입력
2020.01.16 10:23
수정
2020.01.16 16:24
풍성한 구성을 갖춘 프리미엄 SUV, 제네시스 GV80를 시승했다.
풍성한 구성을 갖춘 프리미엄 SUV, 제네시스 GV80를 시승했다.

제네시스가 브랜드 최초의 SUV, 제네시스 GV80을 출시했다.

이번의 제네시스 GV80 출시를 통해 그동안 G70, G80 그리고 G90으로 이어지는 ‘세단 라인업’만을 보유하고 있던 브랜드의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 국내 및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프리미엄, 대형 SUV 시장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제네시스 GV80의 출시 행사와 함께 치러진 시승 행사에서 만난 제네시스 GV80 AWD를 경험할 수 있었다. 짧으면 짧은 시간 동안 제네시스 GV80은 어떤 가치와 매력을 선보였을까?

제네시스 GV80은 시장의 흐름에 맞춘 거대한 체격을 자랑한다.

실제 4,945mm의 전장과 각각 1,975mm와 1,715mm의 전폭과 전고를 갖췄다. 시장이 점점 대형 SUV를 원하고 있는 만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GLE나 BMW X5, 그리고 볼보 XC90 등과 유사한 모습이다. 휠베이스는 2,955mm에 이르며 공차 중량은 시승 차량 기준(AWD/5인승/22인치 휠타이어) 2,260kg에 이른다. 체격을 본다면 ‘대형 SUV’의 가치와 존재감을 명확히 제시한다.

새로운 DNA를 만들고 있는 제네시스의 디자인

출시 행사에서 제네시스는 제네시스 GV80의 디자인에 대한 두터운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의 ‘과도기’ 후에 완전히 새로운 패밀리 룩과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완벽히 적용한 차량이며, 완전히 새로운 시그니처 라이팅을 더해 헤드라이트와 측면, 그리고 후면으로 이어지는 명료한 선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의 첫 단계인 만큼 제네시스 GV80이 선보이는 프론트 그릴이나 차량의 전체적인 실루엣, 측면의 캐릭터 및 숄더 라인의 형태나 후면 디자인의 전체적인 형태에 있어서 ‘제네시스의 감성’이 아닌 비슷한 브랜드의 ‘감성’이 떠오르는 기시감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는 앞으로 몇 번의 도전과 결과가 이어져야 ‘제네시스의 것’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엠블럼을 형상화한 프론트 엔드의 디자인이나 섬세하게 연출한 보닛 라인, 럭셔리 요트 등을 떠올리게 하는 선의 표현은 향후 ‘제네시스 브랜드’를 드러내는 핵심 요소가 될 것 같았다.

네 바퀴에는 거대한 22인치 휠이 장착되었고, 유려하게 그려진 루프 라인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후면 디자인은 깔끔한 마감과 함께 에센시아 콘셉트에서 제시됐던 움푹 패인, 테일 게이트의 형태를 더해 제네시스의 감성을 더욱 명확하고 강렬하게 제시했다.

참고로 제네시스 GV80에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한 외장 컬러가 마련됐다. 마테호른 화이트과 맬버른 그레이, 브런즈윅 그린 등으로 명명된 무광의 컬러는 물론이고 8종의 유광 컬러 역시 한층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다만 브런즈윅 그린과 카디프 그린의 GV80은 어딘가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을 칠한 벤틀리처럼 느껴졌다.

공간의 여유를 더하는 GV80

제네시스 GV80의 실내 공간은 넉넉한 체격을 갖춘 SUV의 여유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깔끔한 외형과 우수한 균형감을 강조한 대시보드를 더하고 얇게 그려진 에어밴트를 더하고 큼직한 디스플레이 타입의 계기판과 대시보드 상단에 자리한 와이드 디스플레이 패널 등을 통해 차량 및 주행 정보는 물론이고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담아낸 깔끔한 공조 컨트롤 패널과 우드 패널과 니 패드를 더해 섬세한 감성을 강조한 센터 터널은 화려한 메탈 피니시의 다이얼과 투명한 소재를 더해 더욱 고급스럽고 섬세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2-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은 낯선 모습이지만 제네시스만의 감성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고,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 및 앰비언트 라이팅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된 점은 더욱 만족스럽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 모두가 옵션 및 패키지로 선택해 적용해야 하는 부분인 만큼 ‘유어 제네시스’ 프로그램으로 자신만의 GV80을 구성하기 시작하면 6,580만원이 아닌 1억원에 가까운 ‘구매가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에 대해서는 만족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기본적으로 넓게 보이는 구성을 갖췄지만, 차량의 체격에 비해 지상고가 높은 ‘하이 플로어’ 구성을 갖추고 있고 다른 모델에 비해 전고가 낮아 실내 공간의 절대 높이가 다소 짧은 편이다. 그래서 체격이 큰 탑승자의 경우에는 겉에서 ‘보여지는 것’보다는 다소 좁은 공간을 누리게 된다.

특히 2열 공간의 경우에는 레그룸이나 헤드룸이 그리 넉넉하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7인승 모델의 경우에는 3열 레그룸이나 헤드룸 모두가 비좁게 느껴질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시트의 형태나 소재 그리고 손쉬운 조작 등은 분명 우수한 평가를 받을 부분이었다.

제네시스 GV80의 적재 공간은 기준에 따라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7인승 모델의 경우 3열 시트를 모두 사용한다면 적재 공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5인승 혹은 7인승 모델의 3열 시트를 접었을 때에는 충분히 여유로운 공간을 누릴 수 있다. 또 2열 시트를 모두 접을 때에는 다양한 레저 활동은 물론이고 차박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합리성과 모호함의 경계에 선 GV80

제네시스 GV80은 출시 초반에는 디젤 사양만 출시되고 추후 가솔린 모델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디젤 사양의 경우 최고 출력 278마력과 60kg.m의 토크를 내는 직렬 6기통 3.0L 디젤 터보 엔진을 탑재했으며 8단 자동 변속기와 AWD 시스템을 조합해 네 바퀴로 출력을 전달한다. 비슷한 배기량의 디젤 엔진들이 250마력과 50kg.m 전후의 토크 혹은 300마력과 70kg.m대 토크를 내는 편인데 딱 그 중간에 위치한 구성이다.

참고로 제네시스 GV80은 이러한 구성을 통해 우수한 주행 성능은 물론이고 AWD, 5인승, 22인치휠 타이어 사양 기준 10.6km/L의 합리적인 복합 연비(도심 9.7km/L 고속 11.9km/L) 또한 구현됐다.

화려하게 연출된 드라이빙, 그리고 22인치에 대한 의구심

제네시스 GV80과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시선을 끄는 화려함과 고급스러운 감성으로 구성된 공간은 운전자 및 탑승자에게 높은 만족감을 제시한다. 캐빈 플로어의 높이가 높은 편이지만 드라이빙 포지션은 여느 경쟁 모델과 비교하더라도 안정적이고 만족스럽다. 게다가 시트의 형태나 홀딩력도 확실히 느껴졌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제법 정숙하게 시동이 걸리며 주행 준비를 한다. 기본적으로 소음 자체는 충분히 억제하는 편이지만 1열에 앉아 다리를 길게 펴 자세를 잡으면 발바닥을 살살 간질거리는 것 같은 자잘한 진동이 느껴질 뿐 ‘프리미엄 브랜드’의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원형의 기어 다이얼을 돌리고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곧바로 278마력과 60.0kg.m의 토크가 제법 부드럽게 발산된다.

속도계의 숫자를 살펴보면 상당히 경쾌하고 우수한 가속력이 전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진중하고 여유로운 감각’이 느껴진다. 다만 페이퍼 스펙에 비해 ‘성능의 여유’는 조금 빈약하게 느껴졌다.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엔진의 반응이나 RPM의 활용 폭은 소폭 달라지지만 드라이빙의 질감을 크게 바뀌진 않은 편이라 누구라도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며, RPM 상승에 따라 실내 공간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가 더해져 그 만족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8단 자동 변속기는 특별한 강점 혹은 단점이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변속의 속도나 변속 상황에서의 질감 등에 있어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며,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자리한 패들 시프트 역시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다듬어져 감성적인 만족감을 높인다.

그러나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일이 많았다. 시승 차량의 경우 22인치 휠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는데 주행 상황에 따라 주행의 질감이 다소 편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R-ANC 기능이 더해졌음에도 주행 정숙성은 어딘가 아쉽게 느껴졌다.

실제 진동의 파장이 큰 경우에는 능숙하게 충격을 받아내는 편이었으나 속도가 높아졌을 때의 전해지는 충격이나, 연속된 상황에서 자잘하게 지속적으로 전달되는 진동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탑승자의 허리와 엉덩이에 지속적인 충격을 전하고, 특히 2열 탑승자의 부담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여기에 차량의 공차중량에 비해 조향 자체는 경쾌한 편이지만 마치 차량이 살짝 붕 떠 있는 듯한 느낌도 함께 들었다. 다만 20인치 휠, 타이어를 장착한 GV80을 시승한 다른 기자들은 더욱 여유롭고 풍요로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고 평가해 향후 22인치 휠, 타이어가 아닌 20인치 휠, 타이어가 적용된 차량을 경험한 후 그 차이를 확실히 느껴보고 싶었다.

이러한 미묘함이 있었지만 다양한 기능과 상품성 등에 있어서는 확실한 매력이 느껴졌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이고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 차선 변경 경고, 충돌 경고 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이 풍부히 적용돼 있어 ‘프리미엄의 가치’를 보다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자동차에서 주차장 요금 등을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카-페이 시스템이나 AR 기반의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과 같은 다채로운 기능 역시 새롭게 더해져 있는 만큼 ‘새로운 요소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이들의 이목을 끌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점: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대형 SUV의 여유, 화려하게 연출된 공간과 드라이빙

아쉬운 점: 헛헛하게 느껴지는 출력, 2% 아쉬운 주행 질감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존재, 제네시스 GV80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시승을 하며 느껴진 제네시스 GV80은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중에서 디자이너의 영향력과 의지가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된 차량이라 생각됐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외형이나 공간의 구성 등을 마주할 수 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첨단 기능 등의 연이은 탑재 등이 이어지니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더하기 적합하게 느껴진다.

어딘가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제네시스 GV80은 말 그대로 잘 팔릴 차량임에는 분명하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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