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단계 무역합의는 디딤돌… 지속적 협상이 중요”

입력
2020.01.15 22: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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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명예소장 인터뷰

프레드 버거스텐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명예소장이 워싱턴 소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프레드 버거스텐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명예소장이 워싱턴 소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프레드 버그스텐(79)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명예소장은 미국과 중국 간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해 “많은 것을 이룬 건 아니지만 다음 단계의 실질적인 합의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8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세계 양대 경제권인 두 나라의 경쟁이 갈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지속적인 협상과 상호 이해 증진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버그스텐 명예소장은 카터 행정부에서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보를 지낸 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를 설립한 국제경제 분야의 손꼽히는 원로 인사다. 현재 미 무역대표부(UST)의 ‘통상정책과 협상 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를 평가해달라.

“무역전쟁의 심화를 피하기 위해 합의를 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많은 것을 달성한 건 아니다. 많은 이슈들이 2,3단계 합의 때까지 미뤄졌다. 내년에 더 진전된 합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이번 합의가 더 진전된 합의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나라가 차이를 해결하고 무역전쟁이나 냉전ㆍ봉쇄 등을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결과가 그리 인상적이지 않더라도 집중적인 협상을 해온 것은 매우 건강한 일이다.”

-중국이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수용하기 어려울 거란 시각도 있다.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이나 정부 계획 등에서 계속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보조금이나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등에서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부정행위를 반드시 수반하는 건 아니다. 중국이 현 상태의 ‘중국제조 2025’ 정책을 계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경제분야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 없이도 적정한 정책을 취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1단계 합의로 미중 무역분쟁은 당분간 휴전 상태에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안보분야에서의 마찰은 계속 될 거란 전망도 많다.

“대만 문제나 홍콩 시위 등이 양국 간 충돌 지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베이징은 미국 대선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대응을 야기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특히 무역관계가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배를 흔드는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라는 중국의 요구에 미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 문제는 중국에게 달렸다. 베이징이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계속 지지할 것이다. 지난 40년간 해왔던 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다. 여기서 방향을 트는 건 매우 위험하다. ‘하나의 중국’ 정책은 부분적으로는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구성된 것으로 계속 유지돼야 한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줄고 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가 미국의 리더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동의하나.

“그렇다. 두 가지 문제가 결부돼 있다. 미국과 상관 없이 중국이 계속 부상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미국의 리더십 지위에서 물러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파트너들과 한국ㆍ일본을 비롯한 동맹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많은 측면에서 미국의 리더십 책무를 거부해왔다. 이는 분명 미국의 명성과 신뢰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미중 경쟁의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나.

“미국은 경제나 국가 차원에서 전반적인 하락은 없을 것이다. 미국은 냉전 이래로 어떤 동맹들보다 더 잘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누구보다도 빠르게 부상하고 있어 미국과 중국은 서로 마주 앉아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 당장 많은 것을 생산하지 못하더라도 현재의 지속적인 협상이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접촉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서로를 수용할 필요에 대한 상호 인식을 증진시키는 일이다.”

-일각에선 미중 경쟁이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미국과 중국이 어떤 형태든 무력충돌로 치달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생각한다. 대만이나 홍콩 문제 같은 잠재적인 충돌 지점은 있지만 양국은 무력충돌이 일으키는 파장이 엄청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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