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조정 Q&A] 검찰, 성범죄ㆍ마약 사건 등 직접 수사 못해

입력
2020.01.14 18:30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 가져 ‘무혐의 결론’ 땐 검찰 수사 막혀

폭행ㆍ마약ㆍ성폭력은 경찰 수사 대상, 이의제기 해야만 검찰 송치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태극기와 검찰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뉴스1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형사사법체계가 큰 변곡점을 맞았다. 경찰과 검찰의 관계만큼이나 수사 현장이나 일반 시민이 체감하게 될 체계 변화도 상당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시민이 고소ㆍ고발인이나 피의자가 돼 조사를 받을 경우 어떤 점이 달라질까. 경찰청과 대검찰청 관계자 등의 설명을 통해 주요 변화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_수사권 조정 체계는 바로 적용되나.

“아니다. 13일 국회에서 통과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수정안의 시행 시기는 ‘공포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다. 정확한 시행 일자를 포함한 세부 절차는 새 대통령령을 통해 정하도록 돼 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법무부, 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은 설 명절 이후 대통령령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_경찰에 고소 및 고발된 사건 처리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나.

“고소인이나 피의자 입장에서 조사를 받는 방식은 이전과 같다. 다만 절차에 변화가 생긴다.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안의 경우 검찰에서 다시 조사 받을 필요가 없다. 경찰이 1차 조사 후 혐의가 없다고 보고 이 결과를 고소ㆍ고발인 등에게 통보한 후 사건을 종결할 수 있게 돼서다. 조정안 통과 전에는 경찰이 모든 사건을 기소의견 혹은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로 송치했고 검찰이 이를 다시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중 조사를 받는 인원이 적지 않았다.”

_경찰에서 무혐의로 결론 낸 사건은 더 이상 검토하지 않나.

“아니다. 검찰은 경찰이 무혐의로 처리한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할 수 있다.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90일 안에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고소인이나 피의자가 직접 이의를 신청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이의 제기 시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하고, 문제가 발견될 경우 검찰은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5월 당정청이 합의한대로 국가수사본부가 신설되면 본부 산하에 설치되는 수사심의위원회가 모든 불송치결정을 심의해 위법ㆍ부당성을 가린다.”

민갑룡(앞줄 오른쪽) 경찰청장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환송 행사에 참석하며 밝은 모습으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_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가 줄어든다는데 어떤 범죄들이 대상에서 빠지나.

“이전까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사실상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바뀐 검찰청법(제4조)에 따르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와 경찰 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제한된다. 나머지 폭행이나 마약, 조직, 성폭력 범죄 등은 1차적으로 경찰 수사 대상이다.”

_예를 들어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가 아닌 성폭력 관련 사건이 경찰에서 무혐의 종결됐을 경우 검찰에 다시 고소 할 수 있나.

“없다. 대신 경찰에 이의를 신청하면 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의 신청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검찰로 송치하고, 이후 검찰이 문제를 발견할 경우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_경찰 비위나 범죄의 경우에도 검찰 수사가 불가한가.

“아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를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_피의자가 됐을 경우 경찰 1차 수사 때 방어가 중요해질 것 같다. 어떤 장치가 있나.

“경찰청은 사건관계인 조사 시 변호인 참여를 더욱 실질화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변호인이 조사에 참여하는 비율을 늘리는 것은 물론 자세한 사건 처리 진행 사항을 변호인에 통지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간엔 장려하지 않았던 변호인의 조사 중 메모권을 보장하고 사건관계인이 진술한 내용을 변호인이 즉각 열람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권한도 준다는 입장이다.”

_검찰 피의자신문조서는 재판에서 효력이 아예 없어지는 건가.

“아니다. 그간 경찰 조서가 그랬던 것처럼, 검찰 조서도 재판에서 피고인 혹은 변호인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에만 증거로 쓸 수 없다. 이전에는 검찰 조서가 객관적 상황에서 작성됐다고 증명만 되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해당 조서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재판에서 유력한 증거로 활용됐다. 다만 검찰 조서 능력 제한은 4년의 유예기간이 있다.”

_‘버닝썬 사건’처럼 경찰과 사건관계인들이 유착됐다고 의심받는 사건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방지책이 있나.

“경찰은 우선 수사심사관, 영장심사관을 늘려 수사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수사심사관은 사건의 수사 과정과 결과를 독립적으로 심사하는 역할을, 영장 심사관은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기 전 사건의 사실 관계를 다시 따져보는 역할을 맡는다. 또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하는 시스템도 마련한다. 현재는 사건이 접수 순서대로 담당 부서에 배당돼 ‘사건을 특정 시간대에 접수하면 특정 팀에 배당 된다’는 예상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 달 서울 강남경찰서와 마포경찰서를 시작으로 사건 수사가 절차에 맞게 진행되는지를 점검하는 사건관리실도 신설할 계획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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