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없이도 모든 것을 말하는 그림책이 출판의 꽃”

입력
2020.01.15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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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 <4> ‘강이’ 이수지 작가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열린 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에서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수상작인 ‘강이’의 이수지 작가가 그림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열린 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에서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수상작인 ‘강이’의 이수지 작가가 그림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그림책은 참 희한한 장르예요. 문학이면서 미술이고, 문학이 아니면서 미술도 아니죠. 그래서 그림책은 문학상도, 미술상도 못 받는다고들 해요. 하지만 글자와 그림이 서로를 밀면서 굴러가는 그림책은 사실 출판문화의 꽃이에요.”

지난 13일 저녁 서울 교보문고 합정점 내 배움홀에서 열린 제 60회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 현장.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수상작인 그림책 ‘강이’의 저자 이수지 작가는 ‘그림책이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으로 첫 인사를 대신했다.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안데르센상 한국인 최초 후보를 비롯 해외서 무수히 많은 상을 수상한 이 작가지만, 정작 한국출판문화상이 한국에서 처음 받는 상일 정도로 그림책에 대한 국내의 척박한 인식을 꼬집는 말이기도 했다.

‘강이’는 이 작가의 반려견이었던 검은 개 ‘강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그림책이다. 유기견이었던 강이가 이 작가의 가족과 만나 보낸 행복한 시간이 이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드로잉을 통해 종이 위에 되살려냈다. 색은 단순하고 글자는 드물지만, 그 여백에는 무수한 감정들이 녹아 있어 먹먹한 감동을 준다. 심사위원인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흑백의 정직한 필터로 존재의 기쁨과 슬픔을 과장 없이 그려낸, 외면당한 존재들을 향한 존중의 그림책”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북콘서트에서 이 작가는 자신을 그림책 세계로 이끌었던 두 권의 그림책, 수잔네 슈트라서의 ‘너무 가벼워요 너무 무거워요’와 가브리엘 뱅상의 ‘떠돌이 개’를 소개했다. 두 권 모두 오직 그림으로만 이뤄진 책이다. “그림의 힘, 가슴을 할퀴는 선, 여백, 찰나의 영원성, 아무 것도 말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말하기”가 바로 그림책의 키워드라 했다. 그런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20년에 세월을 바쳤다.

어린이에서부터 성인 독자까지 골고루 어우러진 가운데 진행된 이날 북콘서트 현장 자체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그림책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특히 맨 앞자리에 앉아 눈을 빛내며 이 작가의 말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진 어린이 청중들은 이날 북콘서트의 1등 관객이기도 했다.

이 작가는 “아이들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일상에 새삼스럽게 감탄하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라며 “그런 아이들의 눈과 마음에 감탄할 줄 아는 이들이, 결국 그림책 작가와 독자가 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지만 태생적으로 어린이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그림책을 가장 빛나게 하는 이유 아닐까요.”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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