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는 안 읽는다. 나는 나니까.” ‘피아노 시인’ 포고렐리치가 온다

입력
2020.01.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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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9일 롯데콘서트홀서 라벨ㆍ바흐 곡 등 연주

'피아노 시인'으로 불리는 이보 포고렐리치. 빈체로 제공
'피아노 시인'으로 불리는 이보 포고렐리치. 빈체로 제공

지금으로부터 꼭 40년 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0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선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 심사위원이었던 피아니스트 거장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심사위원단의 결승 진출자 결정에 대해 “지극히 편파적”이라며 돌연 사퇴한 것.

그 배경엔 유력 우승 후보였던 크로아티아 출신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의 예선 탈락이 있었다. 오늘날 “200년은 앞서가는 연주자”로 평가받는 포고렐리치가 그 당시 클래식계의 보수적 성향 탓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포고렐리치는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이 일화 하나만으로도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됐다. 쇼팽 콩쿠르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피아노 대회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5년 전 우승한 무대다.

입신양명의 계기만큼이나 파격적인 연주를 구사하는 피아니스트 포고렐리치(61)가 다음달 15년 만의 내한 무대에서 국내 클래식 팬들을 만난다.

19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그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젊었을 적 자주 연주했던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와 바흐의 ‘영국 모음곡 3번’ 등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포고렐리치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강력한 타건과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듯한 과감한 곡의 해석을 이번 연주에서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포고렐리치는 ‘피아노의 시인’이란 별명이 있지만, 개성적인 연주 탓에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는 음악가 중 하나다. 그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은 무엇일까.

14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포고렐리치는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대로 독특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영감을 찾기보다는 스스로를 솔직하게 표현하면 곧 개성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따라다니는 비평을 의식한 듯 “수십 년 전부터 제 공연에 대한 리뷰 읽기를 그만뒀다”며 “예술가 입장에서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포고렐리치는 이번 내한 공연을 두고 “저의 과거와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젊은 시절의 경쾌함과 60세에 이르면서 쌓인 연륜, 진화한 연주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언제나 제게 깊은 인상을 남긴 나라예요. 오래 전 관객들이 음악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번에도 공연장에 들어가면 바로 느낄 수 있을 거 같네요.”

장재진 기자 blanc@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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