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at] 서울의 166배만큼 불탔다?… ‘호주 산불’ 어느 정도길래

입력
2020.01.09 14:20
수정
2020.01.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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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동물 5억 마리 생명 잃고, 코알라는 서식지의 80% 불타

지난달 3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서 소방관이 호스로 물을 뿌리며 불길을 막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서 소방관이 호스로 물을 뿌리며 불길을 막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리가 겪은 사상 최악의 날 중 하나였어요.”

5일 호주 현지 소방당국은 지난 24시간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호주 남동부 일대를 붉게 물들인 거대한 산불과 전쟁을 치를 때였어요. 산불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의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인 육해공 병력 3,000여명도 이례 없는 대형 산불에 진화 작업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야속하게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불길은 속수무책으로 번져가고 있어요. 산불 피해 면적이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8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총 피해 면적은 730만㏊(헥타르ㆍ1㏊=1만㎡)를 넘어섰답니다. 몇몇 매체는 아이슬란드 크기에 맞먹는 1,000만㏊ 이상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어요.

1,000만㏊, 그러니까 약 10만km²에 달한다는 건데요. 얼마나 넓은지 상상이 가시나요? 1,000만㏊ 기준으로 놓고 보면, 호주 산불 피해 면적은 한국 국토 전체 면적(약 1003만㏊)과 비슷한 수준이죠. 서울 면적(약 6만㏊)의 166배가 넘는 크기입니다.

일본 기상청의 ‘히마와리-8’ 위성이 5일 촬영한 사진. 호주 산불로 인해 발생한 노란 연기구름이 호주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뉴질랜드까지 뒤덮고 있다. 히마와리 위성 캡처
일본 기상청의 ‘히마와리-8’ 위성이 5일 촬영한 사진. 호주 산불로 인해 발생한 노란 연기구름이 호주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뉴질랜드까지 뒤덮고 있다. 히마와리 위성 캡처

세계 각 기상청을 통해 호주 전역이 붉은 연기로 뒤덮인 위성사진이 퍼지면서 공포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호주 삼림이 남아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번지고 있죠. 호주의 삼림 면적은 약 1억 6,000만㏊, 국토(약 7억 7,000만㏊)의 21%에 달합니다. 1인당 삼림 면적이 8.2㏊인데, 이는 럭비축구장 약 12개를 합친 크기와 같아요. 세계 평균이 0.6㏊인 걸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죠. 그만큼 뛰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했지만, 이번 산불로 호주 삼림의 6%가 소실됐습니다. 호주 전체로 보면 국토의 1%가 잿더미가 됐다고 볼 수 있죠.

국토의 1%라니 생각보다 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역대 최악의 삼림 피해라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겠습니다. 2009년 호주 빅토리아주 산불로 173명이 숨졌을 때는 피해 면적이 약 34만㏊를 기록했죠. 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 당시 피해 면적 40만㏊와 비교해도 이번엔 삼림 피해가 상당한 수준입니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24명으로 2009년 발생한 산불에 비하면 인명피해가 적긴 합니다. 하지만 6개주 방대한 면적에 걸쳐 삼림이 파괴됐고, 약 5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생명을 잃어 그 피해가 작다고는 말할 수 없죠. 코알라의 경우 산불로 서식지의 80%가 파괴돼 멸종 위기설까지 퍼지는 중이에요. 지금 이 시각도 불길은 참혹한 기록을 남기며 호주의 삼림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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