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판’ 검찰 인사…‘검사장 세 자리’ 왜 비워뒀을까?

입력
2020.01.09 13:36
수정
2020.01.09 23: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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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 차에 타고 있다. 서재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 차에 타고 있다. 서재훈 기자

추미애 법무장관이 취임 후 첫 검사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일부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 언제든 다시 ‘물갈이 인사’를 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초 예상과 달리 사법연수원 28기 이하를 검사장에 승진시키지 않은 것을 두고도 차장검사급의 충성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인사에서 32명 규모의 검사장급 인사를 실시하면서 검사장급 세 자리를 비워뒀다. 당초 물갈이 인사설이 흘러나왔을 때는 “검사장급 이상 간부의 공백을 채우겠다”고 했지만 정작 대전ㆍ대구ㆍ광주고검의 차장검사는 인사를 내지 않은 것이다.

앞서 경찰을 통해 세평을 수집했던 연수원 28기와 29기는 아예 검찰인사위원회 심의 대상에 올리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장 승진은 지난해 7월 승진 대상 기수였던 26ㆍ27기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신임 검사장들은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간부들이 ‘좌천’ 인사로 물러난 대검찰청 참모 자리를 꿰찼다. 검사장 자리가 비어 있음에도 한번에 인사를 하지 않은 데서는 후속 인사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른바 ‘살라미’식 인사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일선 수사를 지휘하는 28기 이하 차장검사들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새로운 기수의 검사장 승진을 유보하고 몇 곳은 비워둠으로써 언제든 검사장 인사를 통해 중간간부까지 물갈이할 수 있게끔 판을 짜뒀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는 현 정부 상대 수사에 대한 문책”이라고 전제한 뒤 “여권을 수사하면 언제든 또 날리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청와대가 주도한 인사에서 승진에 성공한 검사장들을 모두 윤 총장 지근거리에 앉혔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석열 사단’을 대거 승진시켰던 지난해 7월 검사장 인사에 대한 ‘악몽’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작 승진을 시켰더니 인사권자에게 칼을 들이댄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아직 성향 파악이 덜 된 검찰 중간 간부들에 대한 승진의 폭을 넓히는 데 조심스러웠다는 얘기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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