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인사안 공개 없이 “만나자” 통보… 윤석열 “요식절차” 보이콧

입력
2020.01.08 19:08
수정
2020.01.09 00: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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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입장문-법무부 반박 뒤숭숭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 총장이 7일 정부 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약 40분가량 만남을 가졌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 총장이 7일 정부 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약 40분가량 만남을 가졌다. 연합뉴스

8일 검찰 간부 인사 발표가 나기까지 검찰 주변은 하루 종일 혼란스러웠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강하게 충돌하면서다. 검찰인사위원회 개최와 최종 조율까지 법무부와 검찰은 문자메시지로 설전을 벌이면서 사사건건 충돌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신경전은 전날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상견례 직후부터 감지됐다. 대검에 따르면 법무부는 7일 오후 6시쯤 “법무부에 아직 인사안이 없으니 총장이 검사장 인사안을 먼저 만들어서 내일 오전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 총장은 먼저 법무부의 인사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대검이 8일 발표한 입장문에는 윤 총장의 불편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 총장이 “검사 인사의 주무부서인 법무부 검찰국에서 검사 인사안을 먼저 만들어, 그 안을 토대로 장관이 검찰총장을 만나 의견을 들은 후 인사 협의가 끝나면 대통령께 제청을 하는 것이 법령과 절차에 맞다”면서 법무부에 인사안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법무부가 “8일 오전까지 검찰과장을 통해 법무부 인사안을 전달하겠다”고 알렸다는 게 대검의 설명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윤 총장 요청에 아무런 대응도 않고 8일 검찰인사위원회를 강행했다. 대검은 인사위 일정도 전날 오후 9시가 돼서야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를 통해 통보 받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이 인사안도 받아보지 못한 상황에서 인사의 범위나 기준 등을 심의하는 인사위 개최 일정조차 전날 늦게 전달받았다”고 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신경전은 결국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를 둘러싸고 폭발하고 말았다. 법무부는 오전 9시30분쯤 ‘인편으로 인사안을 보내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총장이 10시30분까지 법무부로 와서 장관과 면담하라”고 알렸다고 한다. 이에 윤 총장은 추 장관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며, 인사 절차를 사실상 보이콧했다. 대검은 입장문에서 “인사위 개최를 겨우 30분 앞두고 총장을 호출하는 것은 요식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총장이 사전에 법무부로부터 인사안을 건네 받아 대검에서 보유한 객관적 자료 등을 기초로 충실히 검토한 후 인사 의견을 개진해 온 전례 등을 존중해 먼저 법무부 인사안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대검이 장관 면담에 나가지 않은 경위를 설명하는 입장문을 내자 법무부도 반박했다. 법무부는 “검사 인사안은 장관과 총장 외에겐 보안자료이고, 인사대상일 수 있는 간부가 인사안을 지참하고 대검을 방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장관이 총장과 직접 대면해 인사 관련 의견을 듣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인사안을 보내라고 했다’는 대검의 입장에 대해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 인사 파동은 검찰인사위에도 미쳤다. 이날 법무부는 삼성 출신의 유혁(사법연수원 26기) 전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을 검사장급 간부로 재임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검찰인사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검찰인사위는 신규로 임용하는 검사를 곧바로 검사장급에 기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나 국회 등에 검사를 파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검찰을 떠났던 전직 검사를 재임용한 사례는 없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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