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부조리에 생 마감한 기수, 아버지의 세밑 절규 [영상]

입력
2019.12.31 18:51

지난달 29일 경마장에서 말을 타던 기수 문중원씨는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유족들은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습니다. 고인의 뜻대로 부조리 방지 대책이 만들어질 때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 3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 마련된 ‘고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에서 고인의 아버지 문군옥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절규했습니다. “(마사회는) 아주 날카로운 칼날에 얘네(기수)들을 앉혀놓고 조금만 흔들리면 아프게 돼 있는 구조입니다.” 기수들은 마사회 지시대로 움직여야 하는 소모품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기수보다 처우가 좋다는 조교사가 돼도 신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문씨는 “(아들이) 조교사 시험을 준비했는데 돈을 가져온다든지, 자기네 입맛에 맞는 사람에게 (조교사 자격증을) 준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조교사가 돼도 돈 갖다 바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마사회”라며 가슴을 쳤습니다. 고인은 이런 부조리를 도저히 참아낼 수 없었던 거죠.

전국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마사회 부산ㆍ경남 렛츠런파크에서만 2005년 개장 이래 기수와 마필 관리사가 7명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이들은 세밑에 묻습니다. 마사회는 언제 답을 내놓을까요? 문중원씨 장례는 치러질 수 있을까요?

김용식 PD yskit@hankookiibo.com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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