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민의 B:TV] “100만 돌파→‘라끼남’도 대박”..나영석 사단의 유튜브 점령기

입력
2019.12.18 09:32
나영석 사단이 유튜브에서 선보인 ‘아간세’와 ‘라끼남’의 성공으로, 이들의 유튜브 채널 ‘십오야’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tvN 제공
나영석 사단이 유튜브에서 선보인 ‘아간세’와 ‘라끼남’의 성공으로, 이들의 유튜브 채널 ‘십오야’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tvN 제공

나영석 사단의 영리하고 참신한 도전이 유튜브까지 파고들고 있다.

나영석 PD를 주축으로 한 일명 ‘나영석 사단’은 지난 5월 유튜브 채널인 ‘채널 나나나’를 개설했다. 이 채널은 tvN ‘신서유기’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방송됐던 ‘강식당2’ 당시 서브 콘텐츠를 틈틈이 공개하는 데 활용됐다. 이어 ‘신서유기 외전 :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이하 ‘아간세’)의 9월말 첫 방송과 함께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다.

이달 현재 ‘십오야’로 채널명을 바꾼 해당 채널은 기존 TV 플랫폼의 방송 공식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콘텐츠 공식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신서유기’ 속 멤버들의 벌칙 당첨에서 파생된 콘텐츠로 출발한 외전 ‘아간세’는 ‘삼시세끼-산촌편’의 방송 직후 고작(?) 5분의 정규 편성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 같은 파격은 나중을 노린 노림수였다. 진짜 ‘본 방송’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는 풀 버전 콘텐츠라는 점이었다. 바로 유튜브 플랫폼이 가진 파급력을 십분 활용해보자는 의도였다.

본 방송의 주도권이 유튜브로 넘어오면서, ‘아간세’에게는 더욱 폭넓은 콘텐츠 활용 기회들이 주어졌다. 전반적으로 콘텐츠의 길이나, PPL 등에 대한 심의의 부담이 없어진 덕분이었다. 기내식 먹방, 특정 항공사의 기내 비품 언박싱 등 ‘B급 감성’을 지향했던 ‘신서유기’도 시도하지 못했던 콘텐츠들이 유튜브 플랫폼의 강점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나영석 사단은 대 놓고 브랜드 제품을 노출하는 ‘PPL’을 아예 10분짜리 콘텐츠로 바꿔놓기에 이르렀다. 브랜드명과 제품을 새긴 티셔츠를 입고 노골적인 먹방을 펼치는 은지원과 이수근의 모습은 PPL에 대한 불편함 대신 신선한 웃음을 전달했다.

이 외에도 나영석 사단은 ‘아간세’에서 깜짝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한 시청자들과의 실시간 소통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 그간 많은 채널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블루오션 개척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지만, 항상 TV 플랫폼과 유튜브 콘텐츠는 일정 간격을 두고 분리되어 있거나, 혹은 유튜브에서 흥행했던 콘텐츠가 TV 플랫폼에 그대로 흡수돼 ‘재탕’돼 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예능 시장의 거물인 ‘나영석 사단’의 차별화된 유튜브 도전 전략은 시청자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했다. 시청자들은 기존 TV 플랫폼에서 브랜드 파워를 이어왔던 나 PD의 5분짜리 편성 프로그램인 ‘아간세’에 주목하는 데 이어, 신선한 재미로 무장한 유튜브 표 ‘아간세’에도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tvN ‘아간세’의 경우 5분 편성에도 불구하고 매 회 3~4%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흥행에 성공했으며, 유튜브 콘텐츠의 경우 대부분 기본 100만 조회수를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300만 조회수를 돌파한 콘텐츠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나영석 PD는 ‘채널 오나나(현재는 ‘십오야’로 변경했다.)의 구독자 수 100만 공약을 은지원과 이수근의 달나라 여행을 내걸었다가 취소 캠페인을 벌이며 웃음을 선사했다. '채널 십오야' 유튜브 채널 캡처
나영석 PD는 ‘채널 오나나(현재는 ‘십오야’로 변경했다.)의 구독자 수 100만 공약을 은지원과 이수근의 달나라 여행을 내걸었다가 취소 캠페인을 벌이며 웃음을 선사했다. '채널 십오야' 유튜브 채널 캡처

이 같은 ‘아간세’의 흥행 속 나 PD의 라이브 방송 ‘구독자 100만 공약’이 화제를 모으며 채널 ‘십오야’는 더욱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 9월 말 나 PD는 ‘아간세’ 5분 편성을 기념해 진행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채널 나나나’ 구독자 100만을 달성하면 은지원과 이수근을 바로 달나라에 보내 드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나 PD의 ‘달나라’ 공약이 불러온 파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빠른 속도로 채널 구독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상보다 빠른 사태에 나영석 사단은 채널명을 ‘나나나’에서 ‘십오야’로 바꾸고, 나 PD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달나라에 가는 데 8000억이 든다더라. 제발 구독 해지를 해달라”며 사상 유례없는 구독 취소 독려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나 PD의 콘텐츠 역시 시청자들에게 ‘웃음 포인트’로 작용했고, 구독자 수 증가를 막지 못했다. 결국(?) 지난 11월, ‘채널 십오야’ 구독자는 100만을 돌파했다.

'채널 십오야'의 16일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139만 명을 돌파했다. 유튜브 채널 캡처
'채널 십오야'의 16일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139만 명을 돌파했다. 유튜브 채널 캡처

시청자들과의 양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한 나 PD의 눈물겨운 고군분투는 매 콘텐츠 공개마다 화제를 모으며 유튜브 채널 ‘팬덤 몰이’에 기여했고, 결국 캠페인 이후 ‘채널 십오야’의 구독자가 99만9000명으로 줄어들어 나 PD는 ‘달나라 공약’을 피했다. 제작진과 출연자,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플랫폼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던 ‘달나라 공약’ 사태가 유쾌하게 마무리 된 이후 ‘채널 십오야’의 구독자 수는 다시 증가했고, 12월 16일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139만 명을 돌파했다.

나 PD는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 DDP에서 열린 ‘tvN 즐거움전 2019’ 라이브 토크세션에서 ‘채널 십오야’의 구독 취소 캠페인 사태에 대해 “최근 3년 중 제일 짜릿했다. 당시 방송을 보고 2만 분이 즉석에서 구독 취소를 해주셨다. 구독자님들의 사랑을 온 몸으로 느꼈던 것 같다. 이 분들을 위해 내가 못할 일이 없겠다 싶었다. 큰 절을 했는데 100번은 더 하고 싶었다. 또 구독 취소 후에 재구독 해주신 것도 감사 드린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아간세’ 이후 나영석 사단은 ‘라끼남’을 통해 곧바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였다. '채널 십오야' 유튜브 캡처
‘아간세’ 이후 나영석 사단은 ‘라끼남’을 통해 곧바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였다. '채널 십오야' 유튜브 캡처

‘스타 PD’에서 ‘유튜버’로 성공적인 영역 확장을 알린 나 PD는 ‘아간세’ 종영 이후 곧바로 새로운 콘텐츠를 이어 나갔다. 두 번째 주인공은 강호동을 필두로 한 ‘라면 끼리는 남자’(이하 ‘라끼남’)이다. ‘라끼남’ 역시 ‘아간세’와 마찬가지로 6분짜리 TV 정규편성 콘텐츠를 예고편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풀버전 본 방송으로 활용하는 파격적인 형태를 이어갔다.

다만 ‘아간세’가 ‘신서유기’의 벌칙에서 파생된 콘텐츠였던 것과 달리, ‘라끼남’의 경우 출발부터 온전히 ‘채널 십오야’를 위한 콘텐츠로 탄생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아간세’로 단숨에 정글 같은 유튜브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에 등극한 나영석 사단의 진짜 도전은 어쩌면 지금부터인 셈이다.

‘라끼남’ 역시 현재 대부분의 콘텐츠들이 100만을 웃도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40분, ‘신서유기’ 방송 이후 6분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방송판 ‘라끼남’ 역시 3~4%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CJ ENM 이기혁 콘텐츠편성&기획 국장은 “새 플랫폼이 많은 소비가 되고 있고, 기존의 TV 시청층이 많이 빠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나영석 PD를 주축으로 한 유튜브 채널 도전이 향후 멀티 플랫폼 성공 가능성 여부들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플랫폼의 다양화 속 경쟁 상황이 힘들어진 만큼 디지털과 글로벌 확장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며 “그 과정 속에서 ‘아간세’와 ‘라끼남’처럼 짧은 편성과 하이브리드 유통 전략이 나왔고,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다방면으로 테스트를 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대는 예능마다 흥행을 이끌며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국내 예능 트렌드를 이끌어 오던 나영석 사단이 이제는 유튜브까지 점령했다. ‘레드오션’으로 불려오던 유튜브 생태 속 신선한 감각과 도전적인 시도들로 또 한 번의 차별화에 성공한 ‘채널 십오야’가 앞으로 선보일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이들이 TV와 유튜브를 넘나들며 어떻게 ‘똑똑한’ 시너지를 쌓아 나갈지, 도무지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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