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암해수욕장으로 소풍갈까, 저도연륙교서 인생 샷 찍을까

입력
2019.12.11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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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면의 광암해수욕장. 마산과 진해를 통합한 창원에서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진동면의 광암해수욕장. 마산과 진해를 통합한 창원에서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창원을 해안도시라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업도시로 이미지가 굳어진 게 큰 이유겠으나, 부산의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이름난 해수욕장이 없는 탓도 크다.

마산과 진해를 통합한 창원의 해안선 길이는 무려 324km. 이렇게 긴 해안에 해수욕장은 진동면 광암해수욕장 하나뿐이다. 모래사장 길이도 200m 남짓해 다른 지역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유일한 해수욕장이라 창원에선 귀한 대접을 받는다. 광암해수욕장은 진동만의 수질 악화로 2002년 폐쇄됐다 해수욕장 수질 기준을 충족한 지난해 재개장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수종말처리장을 새로 짓고 하수관을 정비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광암해수욕장은 진동만 오염으로 폐쇄됐다가 지난해 다시 개장했다.
광암해수욕장은 진동만 오염으로 폐쇄됐다가 지난해 다시 개장했다.
광암해수욕장 일몰. 하나뿐이어서 귀하고 작아서 아늑하다.
광암해수욕장 일몰. 하나뿐이어서 귀하고 작아서 아늑하다.

해수욕장은 소형 고깃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광암항 방파제와 맞붙어 있다. 규모는 작지만 보행로와 하트 조형물, 피크닉 시설 등 갖출 것은 다 갖췄다. 안으로 크게 휘어지는 해안선이 아늑함을 더하고 해질 녘이면 멀리 고성의 섬과 산에 둘러싸여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에 노을이 곱다.

광암해수욕장에서 1002번 지방도(해안관광로)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면 올망졸망한 어촌 마을과 섬과 섬 사이에 갇힌 작고 푸른 바다가 이어진다. 진동면에서 구산면으로 들어서는 산모퉁이 바닷가에 ‘해양드라마세트장’이 있다. 2010년 개장해 드라마 ‘김수로’ ‘무신’ ‘조선총잡이’ ‘미스터션샤인’ 등 시대를 망라한 사극을 촬영한 곳이다.

구산면 바닷가의 ‘해양드라마세트장’. ‘김수로’ ‘미스터션샤인’ 등 16개 작품을 찍은 곳이다.
구산면 바닷가의 ‘해양드라마세트장’. ‘김수로’ ‘미스터션샤인’ 등 16개 작품을 찍은 곳이다.
구산면의 해양드라마세트장은 주변에 방해가 되는 현대식 시설물이 없어 제작자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구산면의 해양드라마세트장은 주변에 방해가 되는 현대식 시설물이 없어 제작자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해양드라마세트장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해양드라마세트장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세트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이곳에서 촬영한 16개 작품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짧은 시간 꽤 많은 드라마를 찍은 편이다. 마을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제작자들이 선호한다는 것이 창원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변에 사극에서 ‘옥에 티’로 지적되는 시설이 거의 없어 촬영 후 보정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세트장은 넓지 않은 면적에 가야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옥과 저택을 아기자기하게 배치했다. 톡 튀어나온 지형이라 어느 방향에서도 쪽빛 바다가 보인다. 입장료가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지난 9월 창원 구산면에 개장한 로봇랜드. 입구에서 ‘가디언 로봇’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지난 9월 창원 구산면에 개장한 로봇랜드. 입구에서 ‘가디언 로봇’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창원 로봇랜드의 ‘로봇팩토리’. 로봇을 활용한 공장을 견학하듯 꾸몄다.
창원 로봇랜드의 ‘로봇팩토리’. 로봇을 활용한 공장을 견학하듯 꾸몄다.

지난 9월 개장한 로봇랜드는 창원의 새 관광지다. 해양드라마세트장에서 약 10km 떨어져 있다. 로봇을 테마로 한 22개 놀이기구와 11개 체험 및 관람시설을 갖췄다. 놀이기구만 보면 전국 어디에나 있는 테마파크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이곳에만 있는 교육형 체험 시설이 제법 많다. 로봇과 응용 프로그램을 접목한 로봇스쿨, 미래의 로봇을 미리 보는 로봇스테이지,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로보폴리스 등은 관람객을 흥미진진한 미래 과학의 세계로 이끈다. 로봇팩토리는 로봇을 활용한 공장을 실제 견학하듯 꾸민 시설이다. 무인운반차에 오르면 자동차를 조립하는 로봇, 색깔별로 물건을 골라내는 로봇, 대형 모니터를 자유자재로 이동시키며 영상작품을 시연하는 로봇 등 현실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로봇의 세계가 펼쳐진다.

일명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저도연륙교. 바로 옆에 새 교량이 놓이며 보행자 전용 관광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창원시 제공
일명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저도연륙교. 바로 옆에 새 교량이 놓이며 보행자 전용 관광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창원시 제공
야간에는 경관 조명이 불을 밝힌다. 투명 유리 아래로 바다가 보인다.
야간에는 경관 조명이 불을 밝힌다. 투명 유리 아래로 바다가 보인다.

로봇랜드에서 바닷가로 나오면 저도연륙교다. 구산면과 돼지섬, 저도를 잇는 철골 트러스트교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동명의 영화에 등장하는 교량과 닮았다 해서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린다. 1987년 개통한 이 다리는 2004년 바로 옆에 새 연륙교를 건설한 후 인도 전용 교량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한때 철거가 검토됐지만 사진 명소로 알려지면서 2017년에는 다리 중간에 길이 80m의 스카이워크 시설까지 설치했다. 덧신을 신고 걸으면 투명 유리 아래로 푸르고 시린 바닷물이 찰랑거린다. 경관 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도 운치 있다. 단, 겨울철에는 차가운 바닷바람을 감수해야 한다.

창원=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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