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대충대충과 지극정성

입력
2019.12.09 04:40

게티이미지 뱅크 코리아

‘하마터면 열심히 일할 뻔했다’는 사람의 근로의욕은 어떨까. 마음가짐과 자세는 어떨까. 뽑고 싶을까.

환경부는 지난 22일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상당수 커피전문점이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덕분에 알바생은 ‘설거지옥’에 빠졌지만 고객은 ‘‘변기보다 더러운 컵으로는 마실 수 없다”며 다회용 컵이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이 사회적 약속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위생에 대한 문제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컵을 닦는 개개인의 일하는 자세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것은 사회와 국가가 대답할 문제이고 우리 모두가 ‘같이해야 할’ 과제이다. 대충대충에 대한 관용은 정성 어린 손길을 몰아낸다.

알바천국의 광고는 기계처럼 일만 하는 알바생을 바라는 사장님과 책임감 없이 쉽게 일하고 싶은 알바생의 동상이몽을 잘 보여준다. 이 광고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고용주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지불이, 근로자는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 있는 자세가 먼저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근로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나 휴게시간 보장 등 근로자 입장에서 고용주에 대한 권리 개선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이제 근로자의 근로 의식에 대한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알바 사장님이 꼽은 가장 안 지키는 상식(2016년 잡코리아) 1위가 무단결근(49.9%), 2위가 지각(40.1%)이었고 그 외에도 연락 두절(잠수)나 무책임이 뒤를 이었다. ‘알바추노(사전 통보 없이 그만두거나 잠적해 버리는 일)’나 ‘알바노쇼(고용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아르바이트)’란 말까지 생겼다. 일반 회사나 직장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이것이 밀레니얼 Z세대의 특징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는 꼰대라며 비판하거나 지금 청년 세대를 싸잡아 책임감 없는 개인주의자라고 비판도 할 일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기업과 기성세대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 어떤 세대에 속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특정 문제에 대한 기준이나 균형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시대가 그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일과의 약속’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이것은 건강한 사회의 근간이자 사회적 합의이다. 근로에 대한 지극정성의 인식이 사회 저변에 깔릴 때 개인과 조직, 국가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해서 뭐해’라는 자조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는 말자.

소비자라면 누구나 성심 성의껏 만들어진 좋은 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게 되길 원한다. 좋은 품질은 세세한 손길과 마음에서부터 온다. 하지만 막상 일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의 마음가짐은 어떨까. 근로 의욕이 죽은 곳에서 만들어진 물건은 외면 받을 것이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고 고급 브랜드를 갖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전체의 근로 인식에 대해 자문자답해봐야 한다. 대충대충 일하는 풍토가 만연한다면 그 시대의 개인, 사회, 국가의 미래는 지속 성장할까, 도태될까. 성실, 책임감, 최선은 맡은 일에 대한 자부심이고 고객에 대한 약속이고 믿음인 동시에 사회적 자산이고 국가적 가치이다. 이율배반 의식을 용인하는 것은 이해나 배려가 아닌 모두의 발목을 잡는 일이다.

정성껏 만든 것을 쓸 것인지 아닌지를 넘어 잘하고자 하는 책임이 바탕이 되는 근로 의욕을 북돋아 내일과 미래의 ‘우리’를 빛내야 한다. 펭수도 BTS 같은 성공을 위해 노력과 성실로써 ‘덕생’을 사는 것 또한 오늘이다. 근로 의식이 죽는 것은 청년의 죽음이며 모두의 죽음이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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