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인사(人事)와 무인사(無人事)

입력
2019.12.05 18:00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당연히 인사를 잘못하면 그 결과는 망사(亡事)다. 이때의 ‘인사’는 인재의 선발과 배치는 물론 관리까지 포함하는 의미다. 그러니 리더의 덕목이면서 사실상의 권력 행사다. ‘만사가 인사’라고 뒤집으면 오히려 뜻이 분명해진다. 유래에 대해선 여러 설(說)이 있지만, 공자가 “군자는 언변으로 사람을 등용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사기(史記) 위령공편을 꼽는 이들이 많다.

□ 자신을 죽이려던 관중을 재상으로 삼아 중원의 첫 패권자가 된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을 비롯해 ‘인사가 만사’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인(私人) 최순실을 중용하고 의존한 결과는 ‘인사가 망사’임을 보여주는 민망한 예다. 얼마 전 개각 얘기를 나누던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무인사(無人事)가 만사였겠다”는 말을 들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를 두고서다. ‘무인사’라는 단어는 생경했지만 의미는 또렷이 다가왔다. 두 사람에 대한 인사 모두 명분에 치우치다 보니 적잖은 무리수가 됐다는 한탄이자 자책인 듯했다.

□ ‘무인사가 만사’는 정치적 명분과 선한 의도가 사후에 부정되는 결과론적 평가다. 차라리 그 인사는 하지 않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상황 인식인 셈이다. 애초부터 말 많고 탈 많은 인사는 하지 않으면 되겠지만, 말 많고 탈 많은지조차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리니 쉽지 않은 일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의심 가는 사람은 쓰지 않되 일단 쓰면 의심하지 않는다’는 명심보감의 경구에 끌리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공론의 장에서 ‘망사’를 걸러내고 ‘무인사’의 기회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로도 읽을 수 있다.

□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의 국무총리 기용설에 여권 지지층의 반발이 크다. ‘김진표 카드’는 여야 대치 상황에서 야당 협조를 끌어낼 묘수이자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중도ㆍ보수층 목소리를 적극 담겠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지지층의 비토는 뿌리가 깊다. ‘경제통’이라지만 공정ㆍ포용경제 기조와 멀고 공평과세ㆍ차별금지ㆍ세대교체 지향과도 배치된다는 불신이다. 아예 개혁 포기 선언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다. 지지층의 박한 평가는 ‘추다르크’(추미애 의원의 애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는 상쇄 불가다. 차라리 ‘무인사가 만사’이겠다.

양정대 논설위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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