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버뮤다 이야기(12.5)

입력
2019.12.05 04:35
30면
구독
버뮤다의 괴담을 떠받치는 최대 '미스터리'인 미 해군 뇌격기 편대 실종 사건이 1945년 오늘 일어났다.
버뮤다의 괴담을 떠받치는 최대 '미스터리'인 미 해군 뇌격기 편대 실종 사건이 1945년 오늘 일어났다.

북대서양 영국령 버뮤다(Bermuda)는 1503년 후안 베르무데스(Juan de Bermudez)라는 스페인 탐험가가 제 이름을 붙여 유럽에 알린 외딴 섬이다. 유럽인들은 대서양 항해의 중간 기착지로 버뮤다를 들르곤 했다. 1609년 버지니아 식민지로 향하던 영국인 신대륙 정착민들의 기선 ‘시 벤처(Sea Venture)’호가 허리케인에 난파한 이래 멕시코만~카리브해로 이어지는 그 바다는, 해적이 아니더라도, 변덕스러운 바람과 거친 해류 때문에 늘 위험했다. SF적 창의와 미신적 공포가 더해져 ‘마의 삼각지대(Devil’s Triangle)’혹은 ‘버뮤다 삼각지대’라 불리는 괴담 혹은 전설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미국 플로리다에서 푸에르토리코, 버뮤다를 잇는 삼각형꼴 해역은 꽤 악명이 높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반적으론 ‘마이애미 헤럴드’가 1950년 9월 버뮤다 해역에서 일어난 선박 실종사례들에 주목한 기사를 게재한 게 ‘마의 삼각지대’ 괴담의 시작이라 알려져 있다. 2년 뒤 ‘Fate’라는 잡지가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춘 특집을 게재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생길 때마다 유사한 보도와 책들이 특유의 과장과 신빙성 없는 설들과 함께 7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버뮤다는 지구에서 가장 신비로운 바다가 됐다.

버뮤다 괴담을 떠받쳐온 결정적 근거가 된 건 1945년 12월 5일 훈련비행에 나선 미 해군항공대 제19비행단 소속 뇌격기(어뢰 투하용 전투기) 편대 5기의 실종사건이었다. 편대는 특별한 위험 무전도 없이 모두 포트 로더데일 기지로 귀환하지 않았다. 승무원 13명을 태운 수색 정찰기 ‘PBM 마리너’가 실종 해역 상공에 출동했지만 그 역시 실종됐다. 군 공식조사에 따르면 공교롭게도, 훈련기들은 항로 착오로 인한 연료 부족으로 모두 추락했고 정찰기는 기체 결함으로 폭발한 거였다. 1962년 한 잡지(American Legion)는 사고 편대 편대장이 무전으로 “모든 게 이상하다. 지금 우리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썼다. 물론 창작이었다.

버뮤다의 ‘마성’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해명은 국제 해난 보험회사의 보험료율이다. 해난 보험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그 해역을 항해하는 배의 보험료율이 차별적으로 높았던 예는 없었다. 최윤필 선임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