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 접수한 ‘씨름돌’ 허선행 “얼떨떨하고 안 믿겨요”

입력
2019.11.19 17:19
수정
2019.11.19 18: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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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충남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린 2019 천하장사 대축제에서 태백장사에 오른 허선행(양평군청)이 환호하고 있다. 예산=연합뉴스
19일 충남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린 2019 천하장사 대축제에서 태백장사에 오른 허선행(양평군청)이 환호하고 있다. 예산=연합뉴스

근육질 몸매에 훈훈한 외모로 주목 받는 ‘씨름돌’ 허선행(20ㆍ양평군청)이 실업무대 데뷔 첫해 모래판을 접수했다.

허선행은 19일 충남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19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태백장사(80㎏ 이하) 결정전(5전3승제)에서 문준석(수원시청)을 3-2로 꺾고 처음으로 꽃가마를 탔다. 한림대를 중퇴하고 올해 민속씨름에 뛰어든 그는 3위만 네 차례 했지만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장사 가운을 입었다.

2019년 승률 72.4%에 달하는 허선행은 이날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잇달아 제압했다. 단오장사 박정우(의성군청)와 베테랑 오흥민(부산갈매기씨름단)을 차례로 8강, 4강에서 따돌린 이후 결승에서 네 차례 태백장사를 지낸 문준석을 상대했다.

첫째 판을 내준 허선행은 힘을 앞세워 둘째 판을 배지기로 따냈다. 셋째 판에서 주무기 밭다리를 시도하다가 되치기를 당해 1-2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넷째 판에서 밀어치기로 2-2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마지막 판에서 들배지기로 승부를 갈랐다. 첫 우승으로 감격에 겨운 그는 신택상 양평군청 감독과 포옹을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허선행은 경기 후 본보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나를 도와준 부모님과 고마운 분들이 생각났다”며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직도 얼떨떨하고, 장사에 올랐다는 사실이 안 믿어진다”면서 “이제 많이 우승할 거니까 얼떨떨한 기분은 이번 하루만 느끼겠다”고 당돌하게 답했다.

꽃가마를 탄 허선행. 예산=연합뉴스
꽃가마를 탄 허선행. 예산=연합뉴스

허선행은 최근 씨름계에서 여성 팬들을 몰고 다니는 ‘씨름돌’ 가운데 한 명이다. 인기가 시들해진 씨름은 1년 전 제15회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 단체전 결승 황찬섭과 김원진의 경기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200만건을 넘기면서 호재를 맞았다. 황찬섭(연수구청), 손희찬(정읍시청), 허선행 등 ‘훈남’들이 즐비한 경량급엔 여성 팬들이 몰렸고, 공중파에서 씨름 예능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도 제작해 오는 30일 첫 방송까지 앞두고 있다.

허선행은 “팬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줘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아프고 힘들어도 참고 뛰었다”며 “선수들이 항상 박진감 넘치고 재미 있는 씨름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니까 더 많은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씨름돌’과의 경쟁에 대해선 “모래판 위에서는 당연히 신경전이 있지만 밖에선 친하게 잘 지낸다”며 “예능 출연은 주위에서 편하게 잘 해줘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웃었다.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을 중퇴했다는 그는 “감독님이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줘 양평군청에 입단하게 됐다”면서 “매번 3위만 했는데, ‘3위 징크스’를 깼으니까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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