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삼성전자 노조 공식 출범…“노동자 권익은 스스로 쟁취하는 것”

입력
2019.11.16 13:10
수정
2019.11.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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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기자회견 열고 공식 출범 선언 

 삼성전자 설립 50년만 최초 양대 노총 산하 노조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출범식에서 진윤석(가운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김주영(오른쪽 두 번째) 한국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출범식에서 진윤석(가운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김주영(오른쪽 두 번째) 한국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16일 공식 출범 선언을 하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진윤석 삼성전자 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출범식을 열어 “노동자의 권익은 스스로 노력하고 쟁취하는 것이지 결코 회사가 시혜를 베풀 듯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며 “우리는 진정한 노동조합 설립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1일 경기 수원시에 설립신고를 마치고 13일 설립 신고증을 교부 받아 합법 노조가 되면서 단체교섭을 포함한 노조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무노조 경영’이 원칙인 삼성전자에는 3개의 소규모 노조가 활동 중이지만 양대 노총 산하 노조가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1969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진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영광은 회사에 청춘과 인생을 바친 선배들과 지금의 우리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하지만 회사는 모든 성공을 경영진의 혜안과 탁월한 경영 능력에 의한 신화로만 포장해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이 축제를 벌일 때 내 몸보다 납기일이 우선이었던 우리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갔고, 살인적인 근무 여건과 불합리한 처사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다”며 “남아 있는 사람들 역시 동료가 나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까 늘 감시하고 시기하는 괴물이 되어 갔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향후 △특권 없는 노조 △상시 감시받고 쉽게 집행부가 교체되는 노조 △일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노조 △제대로 일하는 노조 △상생과 투쟁을 양손에 쥐는 노조 △협력사와 함께하는 노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급여 및 PS 산정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고과와 승진의 회사 무기화 방지, 퇴사 권고 방지, 일방적 강요 문화 철폐 등을 시행하겠다고도 밝혔다.

출범식에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등도 자리해 힘을 보탰다. 김주영 위원장은 “한국노총 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우리나라 10대 그룹 중 노조가 없던 포스코, 삼성전자에 노조 설립을 추진했다”며 “3년여 시간이 흘러 2개 회사에 한국노총 깃발이 휘날리는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더 이상 무노조 반노조 경영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기업문화가 시작되는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면서 노사가 함께 사는 방향으로 이끌겠다“며 “기업을 망하게 하는 노사관을 만들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잘못된 관행을 버리고 직원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노사 문화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18일 전 사업장에서 동시다발 선전전에 나서는 등, 조직화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조합원 수가 일정 규모에 달하면 삼성전자 사측에 정식으로 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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