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톺아보기] 석양이 구름에 가린 듯

입력
2019.11.18 04:40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솟대집과 석양. 김주성 기자

지난주 월요일 ‘담배를 피우다’를 ‘담배를 피다’로 말하는 것처럼 단어를 잘못 줄여 말하는 현상에 대해 톺아보았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단어를 잘못 늘려 말하는 경우도 많은데, ‘석양이 구름에 가린 듯’을 ‘석양이 구름에 가리운 듯’으로 표현하거나 ‘눈을 가린 채’를 ‘눈을 가리운 채’로 말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가리다’는 ‘집이 나무에 가리다’처럼 자동사로 쓰이기도 하고 ‘나무가 집을 가리다’처럼 타동사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자동사인 ‘가리다’에 사동 접미사 ‘-우-’를 붙여 타동사를 만들 수 있다거나 혹은 타동사인 ‘가리다’에 피동 접미사 ‘-우-’를 붙여 자동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가리우다’라고 말하기 쉽지만 ‘가리다’에는 사동이나 피동의 접미사를 붙이지 않는다.

그런데 1522년에 간행된 ‘법집별행록판’에 ‘□ 엇뎨 □리오미 이시리오’ 등의 표현이 나오는 것처럼 현대 국어 이전 자료에서는 ‘-에 가리다’의 의미로 ‘□리다’와 ‘□리오다’가 함께 나타나고 ‘-을 가리다’의 의미로 ‘□리다’와 ‘□리오다’가 함께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현대 국어에서는 접미사 ‘-오-’가 결합한 형태는 사라지고 ‘가리다’만 사용되고 있다.

‘가리우다’처럼 단어를 잘못 늘려 말하는 경우로 ‘즐겁게’를 ‘즐거웁게’로, ‘반갑게’를 ‘반가웁게’로 잘못 말하는 예들이 있다.

‘즐겁다’와 ‘가볍다’는 ‘ㅂ 불규칙 형용사’로서 활용을 할 때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연결되면 ‘ㅂ’ 받침이 ‘우’로 바뀌어 ‘즐거운’, ‘가벼운’과 같이 활용하지만 자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게’가 연결되면 ‘ㅂ’ 받침이 ‘우’로 바뀌지 않고 그대로 ‘즐겁게’, ‘가볍게’와 같이 활용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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