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해물질 피해 전수 조사로 ‘제2의 장점마을‘ 비극 없게 해야

입력
2019.11.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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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이 14일 전북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열린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주민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이 14일 전북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열린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주민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에게서 암이 발병(국립암센터 등록기준)한 것은 인근 비료 공장에서 배출된 유해물질 때문이라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확인한 첫 사례다. 비특이성 질환이란 특정 요인이 아닌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 가능한 질병이다.

비극은 2001년 마을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 비료 공장이 들어선 뒤부터 시작됐다. 비료 공장은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불법적으로 건조해 비료 원료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악취와 1군 발암물질이 다량 배출됐다. 주민들은 “비료 공장이 들어선 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주민들이 악취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태가 발생해서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답변은 문제없다는 대답뿐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의 비료 공장은 KT&G 신탄진공장에서 반출된 연초박 2,242t을 비료 원료로 사용했고, 2017년 4월 가동 중단됐다가 비료관리법 위반 등이 확인돼 같은해 말 폐쇄됐다. 공장이 가동된 17년 동안 익산시는 10여차례 이상 위반 사례를 확인했으나 가동 중단이나 폐업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했다. 특히 2015년에는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했다는 '폐기물 실적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환경오염 감시 체계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유사 민원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당장 주변에 수도권 매립지와 폐기물 공장이 있는 인천 서구 사월마을 주민들은 120명 중 12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70%가 갑상샘 질환에 걸렸다고 호소한다. 9월에는 김포시 거물대리 주민 8명이 환경오염 피해로 구제급여를 지급받기도 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화력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 건강조사 중간보고에서도 근거리 주민의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유해물질 배출 행위에 대한 감시 체제를 공동 구축하고 단속을 강화해 불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후진적 환경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해물질 배출 책임자에게 끝까지 무거운 책임을 묻는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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