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 ‘러시아 회동’ 이뤄질까… 트럼프 “내년 러 전승 기념식 가고 싶다”

입력
2019.11.0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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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내년 5월 2차대전 승리 75주년 행사에 트럼프ㆍ김정은 모두 초청

트럼프, 대선 앞두고 러 초대 응할지 미지수… 김정은도 아직 답변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5월로 예정된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고려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행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러시아의 초청을 받은 상태여서, 러시아에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이루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측의 초청을 받은 사실을 전하며 “초대에 감사하다. 그것(행사)은 정치 시즌 한가운데 있어 내가 (참석)할 수 있는지 알아 보겠지만, 할 수 있다면 정말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행사에 대해 그는 “전쟁이 끝난 걸 기념하는 매우 큰 일”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나치 독일에 맞서 싸웠던 제2차 세계대전이 1945년 5월 연합군의 승리로 끝난 것을 기념, 매년 전승 기념행사를 개최해 왔다. 군사력 과시를 위해 종종 행사 도중 퍼레이드를 하기도 한다. 내년 5월 9일 열리는 75주년 기념 행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재하며 매우 성대하게 치러질 것이라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미국 대선(2020년 11월 3일)을 앞두고 민감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 방문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의 선거 개입, 그리고 트럼프 후보 캠프가 이를 공모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로 2년여간 특검 수사를 받았던 그가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는 시기에 러시아를 찾을 경우 또 다시 ‘러시아 유착’ 구설수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로이터는 러시아RIA통신을 인용, 러시아 측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행사 참석 여부에 대한 공식 답변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에 나선다면 또 하나의 국제적 ‘빅 이벤트’가 성사될 수도 있다. 러시아는 내년 행사에 김 위원장도 이미 초청한 상태로, 그 역시 이에 응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북미 정상 간 조우’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타스통신은 러시아 외무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이고리 모르굴로프 차관이 지난 1일 “김정은 위원장이 (내년) 5월 9일 전승 기념행사에 초대받았다. 하지만 아직 (참석 여부에 대한) 답변은 없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도 지난 8월 중순 김 위원장에게 초청장을 발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의 러시아행도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2015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때에도 그는 러시아의 초청에 응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이후, 두 나라가 각별한 협력 분위기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내년 행사에는 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낮지만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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