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고민을 지워내는 답안지 ‘폭스바겐 티구안 4MOTION’

입력
2019.11.09 10:46
폭스바겐 티구안은 후회를 줄이는 선택 중 하나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후회를 줄이는 선택 중 하나다.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게이트가 가장 격렬하게 몰아친 시장 중 하나가 대한민국이었다.

대한민국의 시장에서 폭스바겐 그룹은 마치 ‘신뢰를 저버린 배신자’ 취급을 받기도 했고, 폭스바겐 외의 여러 유럽 브랜드들의 ‘디젤 엔진’에 대한 여러 논란과 의심이 사실로 확정되며 그렇게 굳건했던 디젤 소비층에 균열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를 여전히 신뢰하고 있는 듯 했다. 디젤게이트 사태가 마무리되어 가는 과정에서 간간히 폭스바겐 그룹의 차량들이 판매가 진행될 때면 거대한 태풍처럼 수 많은 사람들이 구매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9년이 되었고, 폭스바겐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 판매의 중심을 잡아줄 티구안을 다시 한 번 만나보았다.

판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신차 효과’는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2세대 티구안은 초대에비해 체격을 조금 키우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췄다. 4,485mm의 전장을 시작해 각각 1,840mm와 1,675mm의 전폭과 전고는 물론이고 2,680mm의 휠베이스 등은 시장의 기준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참고로 시승 차량은 사륜구동 모델인 4MOTION 사양으로 1,675kg의 공차중량을 갖췄다.

명료함과 담담함을 담은 SUV

2017년 겨울, 이미 폭스바겐 티구안은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의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2018년도 일시적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높은 판매실적을 달성하며 폭스바겐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어느정도 ‘에이징’이 된 모델인 만큼 폭스바겐 티구안의 존재감이 강렬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티구안 대비 한층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제시하고, 7세대 골프와의 유사성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보편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는 모습이다.

굵직하면서도 명료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프론트 그릴과 헤드라이트 유닛은 물론이고 가로 라인을 더해 균형감과 담담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프론트 바디킷 또한 이러한 기조를 고스란히 이어간다. 과도한 곡선이나 디테일의 연출을 더하기 보다는 깔끔하면서도 차분한 모습을 통해 ‘보편적이고 타당한’ SUV를 선사한 모습이다.

전면에 이어 측면 또한 간결하고 깔끔함을 앞세운 모습이다.

프론트 펜더 뒤쪽부터 리어콤비네이션 램프까지 길게 이어지는 라인, 그리고 고선을 덜어내고 직선을 중심으로 한 루프 및 윈도우 실루엣 등 또한 이러한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전체적인 프로포션이 가볍게 느껴지지만 체급 등을 고려할 때 아쉬운 점은 아니다.

후면 디자인은 깔끔하게 다듬어진 트렁크 게이트 양끝으로 배치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구성이 이목을 끄는데 이러한 디자인은 말 그대로 ‘폭스바겐의 해치백’ 혹은 ‘왜건’ 모델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구성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깔끔하고 기능적인 공간

보편성과 대중적인 타당성을 보유하면서도 폭스바겐의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낸 외형은 물론이고 티구안의 실내 공간 또한 차량이 추구하는 방향, 그리고 폭스바겐이 어떤 브랜드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SUV라는 특성이 있으나 7세대 골프와 유사한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건 물론이고 폭스바겐 고유의 이미지가 드러나는 대시보드 및 센터페시아의 레이아웃을 반영했다. 이를 통해 시각적인 간결함은 물론이고 실내에 배치된 다양한 기능을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와 함께 화려한 디스플레이 패널로 구성된 계기판과 한글화는 물론이고 국산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의 적용을 통해 누구라도 만족하고, 어려움 없이 차량을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제공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러한 장점 속에서도 소재와 마감 부분에서의 부족한 모습은 물론이고 입체감이나 표현력 자체가 부족한 사운드 시스템의 적용은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일 것이다.

공간 자체는 준수한 모습이다. 실제 1열 도어를 개방하고 실내 공간을 살펴보면 아주 고급스럽거나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다양한 운전자의 체형을 고려하여 제작된 것을 볼 수 있다. 헤드룸이나 레그룸이 기대 이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각 시트의 쿠션감이나 착좌감은 조금 더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

2열 공간 역시 하지만 시트의 형태도 좋은 편이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성인 남성이 앉아 장거리 주행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데, 특히 2열 시트의 슬라이딩 기능을 통해서 더욱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차량의 형태가 직선이 강조되는 디자인이 되면서 더 넓은 헤드룸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SUV인 만큼 티구안의 적재 공간도 중요한 상품 판단의 기준이 된다. 기본적인 상황에서는 615L의 공간을 통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지원하고, 여행이나 장을 보더라도 부담 없이 트렁크 게이트를 열 수 있다. 이와 함께 2열 시트를 폴딩할 때면 적재 공간이 1,655L에 이르기 때문에 그 활용성이 돋보인다.

TDI 엔진과 DSG, 그리고 4MOTION

해외 시장의 경우에는 폭스바겐 티구안의 파워트레인이 무척 다양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2.0L TDI 엔진과 DSG을 구성 만이 제공된다. 시승 차량 또한 150마력과 34.7kg.m의 토크를 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다.

변속기는 7단 DSG를 사용하며 4MOTION을 통해 네 바퀴의 출력 배분을 담당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폭스바겐 티구안은 리터 당 13.1km/L의 복합 공인 연비를 확보했고,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11.9km/L와 14.9km/L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드라이빙

폭스바겐 티구안과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최근 시승했던 차량들과 비교를 하더라도 조금 건조하고 단단한 시트였지만 육안으로 드러나는 실내 공간의 여유는 제법 마음에 들었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깨우면 디스플레이 패널을 기반으로 구성된 계기판과 세련된 스타일의 인포테인먼트 시스멤이 이목을 끈다. 그리고 잠시 후 시끄러운 편은 아니지만 실내 공간에 다소 크게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이 전해지며 ‘폭스바겐 브랜드의 합리성’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가속을 시작하면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아무래도 150마력과 34.7kg.m의 토크를 내는 2.0L TDI 엔진이 특별한 것이라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밟는대로 가속을 하며 주행의 만족감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다만 성능이나 주행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홀로 무리하게 속도를 높일 수도 없다. 어차피 차량이 갖고 있는 가속 성능이나 최고 속도 자체가 그리 특출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 운전자가 티구안 자체가 둔하거나 느리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도록 조율한 모습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조금 더 높은 RPM을 쓸 수 있도록 엔진이 개선되었으면 하며, 그러한 과정에서 보다 생기가 넘치는 주행 질감을 추후 개선하여 엔진의 매력을 더욱 높아져 ‘소비자들의 기대감, 만족감은 충족시켜 주었으면 한다.

2.0L TDI와 합을 이루는 변속기에 특별히 평가할 필이 없다.

실제 폭스바겐 티구안에 적용된 7단 DSG는 기본적으로 DSG 고유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변속 속도나 변속 충격의 최소화 부분에서는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일상적인 상황에 변속 자체가 살짝 둔화되는 느낌이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차량의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다루기 편한 모습이다. 실제 스티어링 휠의 반응이나 그 무게감도 상당히 경쾌하고 생기가 넘친다. 선명하고 날카로운 질감은 아니지만 노면에 따라 조향을 해보았을 때 운전자의의지를 잘 담아내는 것 같다.

실제로 시승을 하며 연이은 코너 및 굽이치는 도로 위에서도 티구안은 살짝의 언더스티어 성향은 드러냈지만 드라이빙의 만족감은 어느 정도 충분히 보장하는 모습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노면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충격에 대한 노력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한다. 실제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점고 있었으며, 또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노면의 충격을 다소 방치하는 듯했다.

한편 폭스바겐 티구안을 시승하며 자유로 위에서 그 효율성을 확인해보았다. 총 35분의 시간 동안 50km를 달린 티구안 차량이 갖고 있는 복합 연비는 물론이고 고속 연비를 크게 앞지르는 22.3km/L의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이는 티구안의 절대적인 큰 매력 중 하나임에 분명했다.

좋은점: 다루기 좋고, 군더더기 없는 캐릭터

아쉬운점: 때때로 드러나는 건조함 / 이제 너무 많아진 경쟁 모델들의 존재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겨과물

폭스바겐 티구안은 말 그대로 완전한 신차는 아니다. 하지만 폭스바겐 브랜드 자체가 최근 제대로 판매를 해오지 못했던 것을 고려하더라고 기본적인 만듦새나 공간의 구성, 그리고 파워트레인 등의 만족감에 있어 ‘사전에 과도한 고민’을 하거나 ‘사고 난 후’에 후회하지 않을 ‘좋은 기준점이라는 건 분명할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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