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상황은 지났다” 고개드는 글로벌 경기 낙관론

입력
2019.11.08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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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증시 3대지수 역대 최고치… 경기 회복 신호 ‘위안화 절상’ 

 미ㆍ중 “단계적 고율관세 철폐” 합의ㆍ경기선행지수도 ‘반등’ 희망 보여 

위안화 환율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위안화 환율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미국의 주가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신흥국 시장에도 투자금이 유입되는 등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되자, 미중 무역분쟁과 교역 위축 등에 시름하던 국제 경제가 바닥을 치고 조만간 반등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투자은행(IB)과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은 최근 미중 협상 진척 외에도 일부 경기지표 개선과 주요국들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등을 반등론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뉴욕 증시, 위안화가치 동반 상승 

7일 국내외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위험자산 가격이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 증시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나스닥지수는 지난 5일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중국 금융시장도 분위기가 긍정적이다. 중국 위안화는 6일 역외시장 환율이 1달러당 6.9위안대에 마감돼 이른바 '포치(破七 1달러당 7위안선 돌파)' 이전 수준을 일시 회복했다. 중국 인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의 중국 자산 보유량은 9월 기준으로 약 1조7,700억위안(2,530억달러)를 기록해 4개월 연속 상승했다.

 ◇1차 요인은 미중 화해 기대감 

이런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를 살린 일등공신은 미중 무역합의 청신호다. 이날 중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정부가 무역협상 진전에 따라 점진적으로 상대국에 부과 중인 고율 관세를 취소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2주간 중미 협상 대표들은 각자의 관심사를 적절히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고 건설적인 토론을 했다"며 “만약 (중미) 양국이 1단계 합의에 이른다면 반드시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동시에 같은 비율로 고율 관세를 취소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타결 조건까지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11일 미중이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힌 이후 긍정적인 신호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다른 긍정 요인도 있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경기 반등론은 미중 무역협상 외에 다른 근거도 다수 제시하고 있다. 우선 최근 몇몇 경기선행지수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건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 공동 발표하는 세계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월 저점을 찍은 후 2달 연속 상승, 10월 기준 49.8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8월 기준 OECD 회원국 및 비회원 6개국 경기선행지수(CLI)는 7월과 같은 99.23을 기록해 하락세를 일단 멈췄다. 한국투자증권은 6일 보고서에서 “OECD 선행지수는 하락폭이 둔화되고 세부지표는 반등을 시작했다”며 국제 경기 바닥이 2020년 1분기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시장은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고용지표와 공급관리협회(ISM)에서 발표한 미국 서비스업 PMI 등이 예상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최근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10월에서 11월 사이 한국,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러시아, 브라질 등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이미 기준금리 제로 상태인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의 재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0월을 끝으로 3회에 걸친 '중기 조정' 성격의 기준금리 인하를 종료했지만, 단기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단기채권 위주로 보유자산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보고서에서 “연준이 예상 밖으로 큰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며 제조업 경기의 부분적인 회복과 달러 약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역분쟁뿐 아니라 다른 악재도 사라지거나 중화되고 있다. 유럽에서 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제 교역 둔화의 영향으로 최근 성장률이 크게 둔화한 중국과 인도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면 둔화세를 일부 돌려놓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긴 침체기에 빠졌던 정보기술(IT) 시장은 3분기 세계 스마트폰 매출이 분기 기준으로 2년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관적 전망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기 순환과 별개로 구조적 저성장의 흐름을 큰 폭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비관론도 여전하다. 애초 국제통화기금(IMF)이 '전세계 동반 둔화'를 경고한 주 원인인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흐름이 쉽게 사라지리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이유다.

씨티은행의 캐서린 만 국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9일 런던금속거래소(LME)가 진행한 연간 전망 세미나에서 “무역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2024년까지 선진국의 성장률은 계속 저하할 것이고 중국도 6% 수준 중고성장을 지속하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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