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팍팍해서… 지난해 생명보험 해약환급금 50조원 육박

입력
2019.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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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약건수 734만여건… ‘경제적 사정 탓’ 44%로 최고 

 업계 운영 ‘보험 계약유지 지원 제도’ 소비자 잘 몰라 

 계약 유지할 때 관리서비스 못 받았다는 응답도 51.2%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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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유하던 생명보험을 해지해 돌려받은 금액이 50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해약자 10명 중 4명 이상은 경제적 사정을 해약 사유로 들었다.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미래 안전판 유지보다 시급한 상황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7일 한국소비자원이 생명보험협회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지된 생명보험은 734만2,000건으로 지급된 해약환급금은 48조1,000억원에 달했다. 해약환급금 규모는 2016년 39조3,000억원, 2017년 44조2,00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1년 이상 보험 계약을 유지한 비율은 지난해 80.7%로 2016년(82.4%)보다 1.7%포인트 하락했고, 2년 이상 유지 비율은 65.5%로 2016년(69.8%)에 비해 4.3%포인트 낮아졌다.

소비자원이 2016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생명보험을 해약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해약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1인당 평균 1.4건의 보험을 해약했으며 평균 5.05년 동안 보험계약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약 전 납입한 보험료는 평균 581만3,000원이었지만 해약환급금은 평균 405만9,000원에 그쳤다. 납입한 금액의 69.7%만 돌려받았다는 얘기다.

중도 해약 사유로는 △경제적 어려움ㆍ목돈 마련ㆍ보험료 납입 곤란 등 경제 사정이 44%(220명)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원은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생활 여건이 어려워져 보험을 해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보장범위 부족(15.6%) △설계사의 설명과 다른 불완전판매(10.0%) △보험금 수령시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 하락(9.0%) △너무 긴 보험료 납입기간(7.8%) △가입 의사 없었으나 지인 권유로 계약(6.4%) △보장 보험금이 소액(3.2%) 등의 순이었다.

가입자의 중도해약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업계는 ‘보험 계약유지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제도는 낮은 인지도로 인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 △보험계약 대출(70.2%) △중도인출(54.2%) △보험료 납입 일시중지(49.0%) 등은 인지도가 크게 낮지 않았지만, △보험료 자동대출 납입(28.0%) △보험료 감액(27.2%) △보험금 선지급 서비스(21.0%) △보험금 감액 완납(20.0%) △추가 보험료 납입 없이 보장기간만 축소하는 연장정기 보험(12.8%) 등에 대한 인지도는 극히 낮았다.

생명보험 계약을 유지하는 동안 보험사의 관리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과반(51.2%)이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계약 체결 전, 보험금 청구, 보험금 심사ㆍ지급 등의 단계에서는 중요사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부과하지만, 계약 후 유지단계에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 보니 가입 고객에 대한 유지관리서비스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원은 중도해약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계 기관과 생보협회에 △보험모집 관련 법규 준수 여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계약유지 지원 제도에 대한 홍보 및 활용 확대 △판매 후 유지관리서비스 강화 등을 건의하기로 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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