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존재감, 공간 그리고 드라이빙을 겸비한 존재, 캐딜락 XT5

입력
2019.11.06 08:02
수정
2019.11.07 11:13
캐딜락 XT5는 매력을 집약한 팔방미인이다.
캐딜락 XT5는 매력을 집약한 팔방미인이다.

아메리칸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가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그리 큰 존재감을 갖지 못한 브랜드가 바로 캐딜락이다. 그리고 실제 캐딜락이 최근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차량들은 단순히 ‘미국 브랜드’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평단의 일관적인 평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캐딜락 SRX의 후속 모델이자 캐딜락이 ‘월계관’을 내려놓으며 선보인 새로운 네이밍 시스템, ‘알파뉴머릭’을 반영한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XT5 또한 비슷한 평가는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주력 판매 모델로 자리잡아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XT5가 국내 시장에 데뷔한지 시간이 제법 흐른 지금, 다시 한 번 XT5를 마주했다.

캐딜락 XT5는 선대 모델인 SRX의 기조 아래 최신의 캐딜락이 선보이고자 하는 기능적인 개선을 이뤄낸 프로포션을 갖췄다. 실제 SRX에 비해 다소 짧은 4,815mm의 전장을 부여 받았으며 각각 1,905mm와 1,705mm의 전폭과 전고를 갖췄다. 여기에 휠베이스는 2,857mm로 대거 늘어나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참고로 공차중량은 V6 엔진과 AWD 탑재 기준 2,030kg다.

경계에 자리한 캐딜락 XT5

캐딜락 XT5를 마주하게 되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라는 것이며 ‘두 번째는 ‘대체 경쟁 모델이 무엇일까?’라는 점이다. 체격적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 GLC와 GLE, 그리고 BMW로 치면 X3와 X5의 경계에 있는 듯한 모습이다.

게다가 과거 캐딜락의 중후함 보다는 어딘가 날렵하고 경쾌함이 느껴져 ‘젊어지고 싶은 브랜드의 의지’ 또한 느낄 수 있다. 물론 미묘한 체격 덕에 보는 기준에 따라 조금 더 커 보이고, 또 반대로 조금은 작게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도로 위에서 왜소하게 보이는 그런 존재는 아니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디자인은 최근의 캐딜락이 어떠한 방향으로 디자인의 변화를 구현하고 있는지 잘 표현하고 있다.

전면의 경우, 모던하면서도 시크한 느낌의 크레스트 엠블럼과 캐딜락 특유의 큼직한 프론트 그릴을 묶어 과거의 유산과 미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가로형 라이팅이 더해진 헤드라이트로 명료함을 드러낸다.

바디킷의 경우에는 동급의 SUV 중에서 가장 도시적이고 시크한 ‘어번 럭셔리 SUV’를 자처함을 드러내듯 낮은 지상고, 그리고 얇은 클래딩 가드의 디테일이 반영된 것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껑충한 느낌이 있지만 확실히 ‘잘 생긴 얼굴’이다.

측면과 후면의 디자인 또한 캐딜락다운 모습이다. SRX가 그랬던 것처럼 쿠페를 닮은 날렵한 윈도우 실루엣을 갖췄고, 루프 라인도 이러한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장이 조금 짧게 느껴지지만 휠베이스가 긴 만큼 차량이 선보이고 있는 전체적인 비례 자체는 무척이나 우수하다.

후면의 경우에는 누가 보더라도 ‘캐딜락’의 감성을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지면을 향해 날카롭게 그어진 직선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물론이고 트렁크 게이트는 물론이고 넘버 플레이트 주변의 모습까지 캐딜락 고유의 엠블럼 실루엣이 곳곳에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끝으로 리어 범퍼 양끝에 스퀘어 타입의 머플러 팁이 대칭을 이뤄 주행 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만족감을 높이는 미국의 화려함

캐딜락 XT5의 실내 공간을 살펴보면 쉐보레 및 캐딜락 등 GM 브랜드가 자주 선보였던 ‘제트 블랙’이 아닌 다른 컬러의 실내 공간이 선사하는 만족감이 얼마나 높은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시크하지만 조금은 답답하게 보였던 검은색이 아닌 화사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옅은 갈색의 대시보드는 물론이고 대시보드와 합을 이루는 메탈 가니시 및 고유한 질감이 돋보이는 우드패널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되려 이러한 실내 패키지를 그 동안 들여오지 않았던 캐딜락 코리아가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다.

여기에 깔끔하면서도 여유가 돋보이는 4-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과 디스플레이 패널과 아날로그 클러스터의 조합이 반영된 계기판, 그리고 캐딜락 고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CUE’ 및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을 탑재한 보스 사운드 시스템까지 어우지며 공간과 기능 모두를 만족시킨다.

공간의 여유 또한 준수한 모습이다. 차량의 체격과 휠베이스가 넉넉한 만큼 패밀리 SUV의 가치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으며 시트의 디테일이나 마감 부분에서도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모습이다. 1열의 경우에는 넉넉한 크기, 그리고 단단하면서도 푹신한 착좌감 덕에 장거리 주행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다.

이어 2열의 경우에도 만족스러운 쿠션감은 물론이고 충분한 ‘리클라이닝 각도’를 마련한 시트는 물론이고 성인 남성도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레그룸, 그리고 천장 부분을 잘 다듬어내 헤드룸 부분 또한 넉넉히 마련한 점도 만족스럽다. 여기에 230V 파워 아웃렛을 더해 IT 기기에 대한 친화력 또한 높인 것이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캐딜락 XT5는 프리미엄 크로스오버로서 충분한 적재 공간의 가치를 선사한다. 실제 캐딜락 XT5의 제원에는 무려 850L에 이르는 넉넉한 공간이 자리한다. 기본적인 공간의 형태도 우수하고 트림에 따라 레일 및 격벽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2열 시트를 모두 폴딩하여 1,800L에 육박하는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인 평가를 자아낸다.

드라이빙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V6의 심장

캐딜락 XT5의 보닛 아래에는 캐딜락은 물론이고 쉐보레 및 GM 그룹의 다양한 차량들에 적용되는 고성능 지향의 V6 3.6L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자리한다. 이를 통해 최고 출력 314마력과 37.4kg.m의 토크를 자랑한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는 물론이고 AWD 시스템을 통해 노면으로 출력을 전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캐딜락 XT5는 2,030kg의 체격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것은 물론이고 복합 기준 8.7km/L의 효율성을 확보해 성능과 효율성의 균형을 맞춘다. 참고로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7.6km/L와 10.6km/L이다.

완성도 높은 가솔린 SUV의 대표주자

캐딜락 XT5는 디젤 엔진에 대한 막연한 선망, 그리고 아직은 ‘아메리칸 프리미엄’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장 상황에서 데뷔했다. 하지만 그런 낯설고 어색한 상황 속에서도 캐딜락 XT5는 잘 만들고, 잘 달리는 그리고 가치가 있는 SUV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캐딜락 XT5는 데뷔 이후의 판매 실적 자체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으나 제 가치는 제대로 드러냈다. 실제 디젤 모델이긴 하지만 BMW X3와의 경쟁은 물론이고 비슷한 스타일의 볼보 XC60 T6 AWD 등과의 전면전에서도 확실히 매력을 어필해왔다.

시트에 몸을 맡기고 시동을 걸어보면 가솔린 SUV 특유의 정숙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한껏 전해진다. 그리고 일반적인 룸미러 대비 300% 수준의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리어 뷰 카메라 미러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다운사이징의 시대’라는 표현이 무색해질 정도로 자연흡기, 그리고 비교적 대배기량이라 할 수 있는 3.6L 가솔린 엔진의 존재감이 명확히 드러난다. 발진 직후에는 여유롭고 부드러운 모습이지만 RPM 상승과 함께 최대 출력, 그리고 최대 토크가 발휘되기 시작하면 말 그대로 거침 없이 가속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시트에 파묻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거침 없이 가속하고, 풍부한 사운드로 실내 공간을 가득 채우는 그 상황을 경험하고 난다면 ‘이래서 자연흡기를 버리지 못 할지도…’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게다가 이러한 느낌이 고속 영역까지 꾸준히 이어지니 그 만족감은 상당하다.

또 이러한 엔진에 합을 이루는 8단 자동 변속기의 가치도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변속, 반응이라 일상에 어울리는 모습이지만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수동 변속 기능을 활용한다면 곧바로 민첩하고 명확히 맞물리는 감각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수동 변속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의지에 초점을 맞춰 재미를 더한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패들시프트의 크기가 다소 작다는 점이다.

제 캐딜락 XT5는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긴 스트로크의 댐퍼를 적용하여 충분한 롤링이나 차량의 움직임을 허락하며 ‘대중성’을 선사한다. 실제 일상 속에서의 XT5은 프리미엄 브랜드 고유의 살짯 단단하면서고 한층 너그러운 반응으로 주행 및 탑승의 만족감을 높인다.

하지만 캐딜락 브랜드의 정체성 중 하나인 다이내믹한 감성도 충분히 담겨 있다. 실제 드라이빙 모드를 조율하지 않더라도 스포티한 주행을 시작한다면 곧바로 ‘캐딜락 고유의 민첩성’이 드러난다.

일상적인 드라이빙에 어울릴 것 같은 조향 감각과 조향 반응은 어느새 날렵한 움직임일 효과적으로 연출하고 대응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감성적인 만족감 또한 개선되어 운전의 즐거움을 더욱 높인다.

게다가 제동에 대한 만족감 또한 빠지지 않는다. 페달 조작에 대한 반응도 과도하지 않고, 원하는 수준의 제동력을 꾸준히, 그리고 변함 없이 과시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주행을 하는 내내 브레이크에 대한 아무런 불안감, 혹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끝으로 효율성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V6 엔진, 2톤이 넘는 체중으로 인해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이고 시장의 경쟁 모델 대비 되려 더욱 우수한 효율성을 뽐내는 모습을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참고로 자유로를 90km/h로 정속 주행 할 때에는 리터 당 14km를 웃도는 평균 연비를 자랑한다.

좋은점:

존재감, 공간, 주행 성능 그리고 가성비의 매력

아쉬운점:

미국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편견, 그리고 부족한 인지도

진정한 팔방미인, 캐딜락 XT5

캐딜락 XT5는 디자인은 물론이고 실내 공간, V6 엔진을 기반으로 한 주행 성능 그리고 캐딜락 고유의 드라이빙의 즐거움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 게다가 듣는 즐거움이나 미래적인 기능, 그리고 안전에 대한 대책까지 확실한 매력이 있는 차량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시장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갖춘 진정한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 몰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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