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루비!.. 낯선 강아지와 산책한 30명의 사람들

입력
2019.10.17 11:30
루비와의 마지막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Echo 홈페이지 캡처
루비와의 마지막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Echo 홈페이지 캡처

몇 년 전과 달리 산책을 힘겨워하고, 하루 종일 꾸벅꾸벅 졸기만 하는 내 반려동물의 모습을 상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반려 생활을 경험해 보신 분이라면 어느새 나이가 들어버린 내 반려동물의 모습을 한번쯤은 머릿속에 그려 보셨을 겁니다. 아직도 내 눈에는 마냥 아기 같은 나의 반려동물이 나보다 빨리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나를 두고 먼저 떠나 버릴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려인 알리슨 프렌치 씨와 사연의 주인공인 반려견 루비(오른쪽), 그리고 또 다른 반려견 롤라. Alison French 페이스북 캡처
반려인 알리슨 프렌치 씨와 사연의 주인공인 반려견 루비(오른쪽), 그리고 또 다른 반려견 롤라. Alison French 페이스북 캡처

오늘은 반려동물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4살 시츄, 루비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루비는 림프종 투병 생활을 하다 숨을 거두었는데요, 루비의 병명을 확실히 알게 되었을 때, 수의사는 루비가 단 몇 주도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 단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씩씩한 루비는 무려 3년 동안이나 병마와 싸웠습니다. 병을 견뎌내는 루비의 모습은 반려인조차 깜짝 놀랄 만큼 씩씩하고 활기찼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루비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병세가 악화되면서 나중에는 함께 살고 있는 동물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도 힘겨워할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반려인은 결국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루비의 안락사를 결정한 것이죠. 누구보다 사랑하는 내 강아지의 아픔을 보다 못해 떠나보내기로 하다니, 반려인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꾸벅꾸벅 조는 루비의 모습. Alison French 페이스북 캡처
꾸벅꾸벅 조는 루비의 모습. Alison French 페이스북 캡처

누구보다 사랑하는 루비를 그냥 떠나보낼 수 없었던 반려인은 루비만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기로 합니다. 바로 루비와의 특별한 마지막 산책을 계획한 것이죠. 반려인은 일단 자신의 페이스북에 루비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 갑니다. 그리고는 루비와 작별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부디 마지막 산책을 함께 해달라는 이야기를 남기는데요.

'루비의 마지막 산책에 초대합니다.' Alison French 페이스북 캡처
'루비의 마지막 산책에 초대합니다.' Alison French 페이스북 캡처

루비의 이야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퍼져 나가기 사작했습니다. 이 페이스북 담벼락 포스팅을 본 사람은 만 명을 훌쩍 넘었고, 산책에 함께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메시지가 쇄도했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나 관심을 보일 줄은 전혀 몰랐던 반려인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감사하는 마음으로 루비와의 산책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30명의 낯선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반려견들이 루비의 마지막 산책에 함께했습니다. 장소는 루비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 월러시 해변이었다고 합니다. 루비는 루비의 시그니처 의상인 분홍색 줄무늬 옷을 입고 나타났는데요, 오랜만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루비의 표정은 항상 그렇듯 씩씩하기 그지없었다고 합니다. 루비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은 특별한 산책의 주인공인 루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한참이나 함께 산책을 했다고 하네요.

반려인 Alison French와 루비. Echo 홈페이지 캡처
반려인 Alison French와 루비. Echo 홈페이지 캡처
씩씩한 루비. Echo 홈페이지 캡처
씩씩한 루비. Echo 홈페이지 캡처

반려인은 산책을 마친 후 루비를 떠나보내며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루비, 너는 정말 멋진 개였어. 나는 네가 너무나도 보고 싶지만 네가 고통 없는 하늘나라로 떠났으니 괜찮단다.’ 루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반려인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데요. 루비와 생활하던 강아지 롤라, 그리고 고양이 이즐라도 루비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고 하네요.

비록 루비는 떠났지만, 묵묵하게 병을 이겨내던 루비의 씩씩한 모습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루비,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렴!

출처 : Alison French 페이스북 계정, Echo 홈페이지

이주희 동그람이 에디터 2ju22@naver.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