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홍콩 인권법’ 통과에, 中 “강력 조치” 보복 예고

입력
2019.10.16 16:48
수정
2019.10.16 18:54
17면
구독

미중 정면 충돌 양상, 홍콩 사태 새 국면

홍콩 시민들이 14일 도심 센트럴 지역에서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민주주의법’ 통과를 촉구하며 평화 집회를 열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14일 도심 센트럴 지역에서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민주주의법’ 통과를 촉구하며 평화 집회를 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15일(현지시간) ‘홍콩 인권민주주의법(이하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켰다. 홍콩 시위가 격화된 지 19주 만에 미 정치권이 전면에 나선 셈이다. 중국은 “강력 조치로 맞설 것”이라고 반발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무역전쟁에 이어 홍콩 사태로 맞붙은 미중 양국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을 조짐이다.

블룸버그 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인권법은 이날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 구두표결로 통과됐다. 이 법은 미 국무부 장관이 매년 홍콩의 인권과 자치 상황을 평가해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무역ㆍ투자ㆍ관세 등의 특별지위를 재검토하도록 규정했다. 또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중국과 홍콩 관리들의 미국 비자발급을 금지하고 자산도 동결할 수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미국은 홍콩 반정부 시위에 대한 당국의 대응 정도에 따라 중국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미 하원은 중국의 홍콩 자치권 침해를 규탄하고 시위대를 지지하는 한편, 홍콩으로 최루탄을 비롯한 시위진압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도 본회의에서 함께 처리했다. 상원 표결도 이달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하원과 상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홍콩 시민들과 단결하고 있다”라며 “미국의 상업적 이익 때문에 중국에서의 인권을 옹호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든 도덕적 권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강렬히 분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온갖 거친 표현을 동원해 맞섰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홍콩은 온전히 중국 내부 문제로 외부 세력이 간섭할 수 없다”며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중국뿐 아니라 미중 관계와 미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중국은 반드시 강력한 조치를 취해 주권과 안보, 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이 실제로 법을 시행해 ‘칼’을 빼 들지는 유동적이다. 홍콩에 1,300여개 미국 기업이 진출한 상황에서 경제와 통상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미국도 적잖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오히려 중국을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법을 적용해 미국과 홍콩의 관계가 느슨해지면 중국인들은 거리에서 춤을 추고 기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5일 ‘복면금지법’ 시행 이후 시위대의 기세가 꺾였다는 판단에 따라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세수위를 높였다. SCMP는 “체포 인원이 많다 보니 진압 경찰이 부족해 소방관, 세관 공무원 등 기율부대에서 인원을 차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친중 성향 입법회(우리의 국회) 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시위의 온상으로 지목하며 인터넷 차단을 촉구했다. 사실상 비상계엄을 요구한 것이다.

한편, 정부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16일 입법회 회기 시작에 맞춰 시정연설에 나섰지만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이날 람 장관이 연설을 시작하자 의원들이 푯말을 들고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방해했고, 일부는 복면금지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가면을 쓰고 정부를 조롱했다. 당초 람 장관은 주택난 해결 방안과 부동산 안정 대책 등 주요 정책을 제시하며 민심을 수습하려다가 20분만에 떠밀리듯 회의장을 떠나야 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