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사상 초유’ 기준금리 1% 시대 열리나

입력
2019.10.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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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가격 상승, 통화정책 효과 저하 등 우려도 적잖아 

이주열(맨 왼쪽)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주열(맨 왼쪽)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인하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한 번 더 내려 연 1%로 낮춘다면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게 된다.

국내외 경기 부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거란 전망 아래 한은이 내년 상반기쯤 금리 인하를 단행할 거란 예측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실효하한(통화정책 유효성이 상실되는 금리 수준)이나 금융안정 문제를 들어 ‘가보지 않은 길’로의 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날 금통위 결정으로 설정된 기준금리 연 1.25%는 2017년 11월 말 기준금리 인상 이전 수준으로 사상 최저치다. 한은 기준금리는 2012년 7월 0.25%포인트 인하(연 3.25→3.00%)를 시작으로 8차례 연속 인하를 통해 2016년 6월부터 1년 5개월 간 연 1.25%를 유지한 바 있다.

한은이 앞으로 금리를 더 내린다면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추가 인하 예상이 보다 우세한 분위기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내년 1분기 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린 뒤 이후엔 경제지표를 보고 추가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 등 여러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한은의 내년 1분기 금리 인하 단행을 점치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뚜렷하게 회복되지 못할 거란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에 따른 세계교역 위축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여타국보다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데다가,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반도체의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실제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의 파급효과를 들어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8%에서 2.2%로 0.6%포인트나 낮췄다. 금통위의 8월 말 의사록에서도 위원 2명이 내년 경기 회복 가능성에 회의적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문제가 재발하며 금융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비근한 사례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금의 경기 상황에선 통화정책이 부양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경제는 금리의 파급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궁극적으로 시중금리를 끌어내려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려는 정책인데, 금융위기 이래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다 보니 장기금리가 단기금리에 연동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근접한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는 자칫 통화정책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금통위는 최근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통화정책을 큰 폭으로 완화해 추가적 완화 기대가 사라질 경우엔 금리인하 효과가 저하될 수 있다”며 “금융기관 수익성 저하에 따른 금융중개기능 위축, 대규모 자본유출로 인한 금융ㆍ외환시장 불안도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을 0.5~1%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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