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돼지열병 옮기는 야생 멧돼지, 초강력 대책 시급하다

입력
2019.10.14 04:40
31면
11일 경기 연천군 민통선 내에서 발견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야생 멧돼지 사체. 환경부 제공
11일 경기 연천군 민통선 내에서 발견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야생 멧돼지 사체. 환경부 제공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남쪽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의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12,13일 이틀 연속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DMZ 남방한계선 남쪽에서 ASF에 걸린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것과 강원도에서 ASF가 발견된 것 모두 처음이다.

경기와 인천지역으로 한정됐던 ASF 바이러스가 이미 동쪽으로 향했다는 얘기로, 전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야생 멧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잠복기가 최대 19일이니 이미 남쪽으로 퍼졌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ASF 바이러스는 지난 2일 경기 연천군 DMZ 멧돼지 폐사체에서 처음 검출됐다. 당시 국방부와 환경부는 “우리 측 남방 한계선 철책에는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구축돼 DMZ 내 멧돼지 등의 남측 이동이 차단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보면 안이하고 성급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쥐나 새 등이 멧돼지 폐사체의 ASF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 있다.

이제 ASF 바이러스의 남쪽 확산은 시간문제다. 철원은 강원도 양돈의 근거지로 사육두수가 17만여마리고, 강원도 전체는 50만마리다. 충남은 240만 마리로 전국에서 사육두수가 가장 많다. 남쪽 방어벽이 뚫릴 경우 국가적 재난사태에 직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충남 천안시 봉강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까지 검출됐다. 고병원성으로 판명될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3일 상황점검회의에서 멧돼지 총기사냥 허용 등의 대책을 내놓았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실기를 했다는 지적이 많다. 30만 마리에 달하는 야생멧돼지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한돈협회 등에서는 환경부가 생물다양성보호 등을 빌미로 ASF 바이러스 감염원인 야생멧돼지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집돼지만 살처분한다고 반발했다. 부처이기주의가 유기적 대책마련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가축전염병은 축산기반을 뒤흔들어 지역경제를 초토화한다. 돼지열병의 토착화도 걱정이다.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등 초강력 방역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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