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쿠르드 침공’ 터키 제재 행정명령 서명…“터키 경제 폐쇄 가능”

입력
2019.10.12 09:24
수정
2019.10.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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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미국 중단 요구에도 “쿠르드족에 대한 조치 멈추지 않을 것”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시리아 쿠르드족 장악 지역 공격과 관련해 터키에 제재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곧바로 제재를 시행한 것은 아니지만 행정명령 서명 방침을 발표함으로써 터키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차원으로 보인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가 쿠르드족에 대한 작전 과정에서 인종ㆍ종교적 소수집단을 겨냥할 경우 터키 정부 당국자들을 응징할 새로운 권한을 재무부에 부여했다고 밝혔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는 매우 강력한 제재”라며 “우리는 실제 그 제재들을 활용하게 될 필요가 없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우리는 필요하다면 터키의 경제를 끝장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재무부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 내 인권 유린 및 안보와 평화, 안정성 약화에 연루된 터키의 개인 및 기관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이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장악 지역 공격의 길을 터줬다는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의 쿠르드 침공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군사적인 개입 대신 경제 제재를 통해 터키 경제를 파괴할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현재 미 상ㆍ하원 내에서도 터키에 대한 제재 법안 발의 움직임이 초당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미국의 발표와 관련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시리아 북동부에서의 대(對) 쿠르드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과 유로뉴스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열린 대테러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쿠르드족 대표 단체인) 민주동맹당(PYD)과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에 대한 조치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이번 진전을 멈추라고 말하는 좌우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발언, 미국의 군사작전 중단 요구를 위협으로 간주했다.

터키 외무부도 자국의 시리아 침공이 테러리즘에 맞서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며 어떤 조치에도 보복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터키 외무부는 “터키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테러 조직들과 싸우고 있다”며 “그 누구도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하든 보복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북동부에 있는 미군 초소가 터키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포격을 당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시리아 북동부 국경 도시 코바니 인근에 있는 미군 감시초소에 포탄이 떨어져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미군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

현재 이 일대에서는 시리아 북동부를 침공한 터키군과, 쿠르드 민병대 중심의 시리아민주군(SDF) 사이에 교전이 진행 중이다. 익명의 미국 당국자는 터키 진영의 일반적 포격 방향을 근거로, 이번 포격 원점을 터키군으로 판단한다고 취재진에 말했다.

터키 정부는 그러나 미군 초소를 노린 공격은 없었으며 코바니의 국경 맞은편인 수르츠 주변 터키군 시설을 향한 공격에 대응 포격이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터키 국방부는 그러면서도 “미국이 문제를 제기한 결과로 (그 방향으로) 발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미군 초소 피격은 병력 철수와 정보 공유에도 미군과 전선의 근접성으로 인해 미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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