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환자 많은 갑상선암, 로봇수술로 흉터 걱정 끝”

입력
2019.10.14 17:00
수정
2019.10.14 18:55
25면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갑상선암 로봇수술로 환자만족도 높여

김진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이 로봇으로 갑상선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김진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이 로봇으로 갑상선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정말 흉터가 보이지 않네요. 수술 흉터가 있으면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부담될 수 있었는데 다행입니다.”

서울 강남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는 조선영(가명ㆍ30)씨는 최근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로봇으로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수능시험이 코앞이라 학원을 오래 비우기가 부담스럽고 목에 흉터가 남는 것이 싫었던 그는 로봇수술을 택했다. 그는 수술 후 사흘 만에 퇴원해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씨 수술을 담당한 김진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기존 개복수술은 주로 목 아래 피부를 절개하기 때문에 회복기간이 길고 흉터가 남을 수밖에 없지만 로봇수술은 목이 아닌 겨드랑이나 귀 뒤쪽 모발선을 절개하므로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병원에서 ‘로봇수술의 대가’로 불린다. 2011년부터 로봇수술을 시작한 그는 갑상선암 로봇수술을 400례 이상 시행하는 등 갑상선암 로봇수술에 천착하고 있다. 김 교수는 “1996년부터 2011년까지 한림대의료원 두경부암센터에서 다양한 수술을 시행하고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 전날 머릿속으로 10회 이상 수술 시뮬레이션을 시행하는 등 수술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갑상선은 목 부위 기도(氣道)를 감싸고 있는 나비 모양의 기관이다. 우리 몸 안에서 체온 유지와 물질대사, 신체균형 유지를 위해 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선에 생긴 악성 혹(결절)이 갑상선암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18)에 따르면 여성 갑상선암 환자는 29만206명으로 남성 환자(6만3,912명)보다 4.5배나 많다. 여성 환자의 80% 이상은 40대 이상이지만 30대 여성 환자도 9.8%(3만4,820명)나 되고, 20대 여성도 2.1%(7,752명)였다. 20~30대 여성이 갑상선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갑상선암이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이유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갑상선에 분비돼 갑상선암을 유발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갑상선암이 미용에 신경을 많이 쓰는 여성에게 많이 발병하면서 칼을 대 흉터가 많이 생기는 일반 수술보다 흉터가 덜 생기는 로봇수술로 치료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갑상선 로봇수술은 귀 뒤쪽 모발선과 겨드랑이 등을 4~5㎝ 정도 절개해 갑상선이 있는 곳까지 로봇팔을 넣어 갑상선에 생긴 악성 종양을 제거한다.

겨드랑이를 절개하는 수술법은 흉터가 목이 아닌 겨드랑이에 남아 미용 효과가 크다. 귀 뒤쪽 모발선을 절개하는 수술법은 겨드랑이로 접근하는 것보다 갑상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악성 종양을 제거하기가 쉽다. 수술 흉터도 귓바퀴 뒤 모발선 안쪽에 자리해 절개로 인한 흉터를 머리카락 속에 숨길 수 있다.

김 교수는 “갑상선에 접근한 로봇팔로 수술 부위를 10~12배 정도 확대해 관찰할 수 있어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며 “지혈과 봉합도 개복수술보다 정밀하므로 수술 후 회복이 빠른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수술시간은 2~3시간 정도 걸린다. 김 교수는 “이들 수술은 흉터가 작아 다른 사람에게 잘 노출되지 않는 수술법”이라며 “수술 후 미용 등에 신경을 쓰는 환자에게 로봇수술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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