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발표 다음날… 北 ‘美 타격 가능’ SLBM 추정체 발사

입력
2019.10.02 16:46
수정
2019.10.02 22: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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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 북동쪽 해상서 1발, 450㎞ 날아… 북극성-3형 고각 발사한 듯

北, 트럼프 용인 여부 떠보며 몸값 높이기… 靑, 北에 우려 표명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정 발사체와 관련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정 발사체와 관련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실무협상 일정을 발표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북한이 전략무기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SLBM을 시험 발사한 건 3년여 만이다. 북미 협상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용인 여부를 가늠하면서, 향후 진행될 협상에서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안전보장 수준을 높이기 위한 도발이란 분석이다. 청와대 및 군 당국은 북한의 무력시위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우리 군은 오늘 오전 7시 11분쯤 북한이 강원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미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북극성 계열로 추정되며, 최대 비행고도는 910여㎞, 거리는 약 450㎞로 탐지했다”고 설명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긴급 현안보고를 통해 “발사 위치는 원산 북동쪽 대략 17㎞ 전후되는 지점”이라며 “현재 위치를 해상 쪽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세부 분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탄도미사일의 발사 장소 등 추가적인 제원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다. 이와 관련, CNN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잠수함이 아닌 수중발사대에서 발사됐다고 미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북한 '북극성-3형’ SLBM 추정 미사일 발사. 그래픽=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북한 '북극성-3형’ SLBM 추정 미사일 발사. 그래픽=강준구 기자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을 북극성-1형을 개량한 북극성-3형으로 보고 있다. 2018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극성 계열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로 분류되는데 1,000~3,000㎞를 타격할 수 있다. 북극성-1형은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2단 분리형으로, 2015년 5월 8일, 2016년 1월 8일, 4월 24일, 8월 25일 4차례 발사됐다. 북극성-2형은 지상 발사형으로 개조된 것으로 2017년 2월 12일과 5월 21일 실전배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은 북극성-3형의 도면을 공개한 바 있다. 2017년 8월 23일 북한 언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방문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고 적힌 도면을 일부 노출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오늘 발사를 보면 고각발사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상 발사했다면 1,500~2,000㎞가량 비행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탄종에 주목하는 건 이번 발사체가 단거리 미사일이 아닌, 전략 탄도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올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은 10차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은 무시하는 취지로 발언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잠수함을 이용해 미국 본토도 타격할 수 있어 미국이 이번에도 용인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이 강하게 반발하면, 유엔 제재 이슈가 불거지고 북미 협상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발사 시점도 의미가 크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조(북)미 쌍방은 오는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지 약 13시간 지나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대북 문제 전문가들은 향후 북미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미국이 들고나오도록 압박하면서, 앞으로 북한이 요구할 체제 안전보장을 확실히 받아내기 위해 몸값 높이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발사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이 10월 5일 북미협상 재개를 앞두고 이러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북한의 의도와 배경에 대해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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