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한 법원행정처·제왕적 체제… 김명수 대법원장 2년 바뀐 게 없다”

입력
2019.09.23 17:12
수정
2019.09.23 18:55
14면

사법농단 진상규명·처벌 수준 미미… 대법원 개혁기구 약속도 안 지켜져

진보·보수 균형 등 구성 다양화로 전원합의체 만장일치 줄어 긍정적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왼쪽 두번째)이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 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왼쪽 두번째)이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 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 동안 사법개혁 논의는 시작도 못하고 골든타임이 지나갔다.”(김지미 변호사)

“대법관 출신 배경이 다양해지면서 전원합의체 만장일치 판결이 줄었다.”(임지봉 교수)

취임 2주년(25일)을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기대했던 사법개혁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동시에 제기됐다. 국민참여재판과 공판중심주의 등의 성과를 냈던 노무현 정부 시절 대법원과 달리, 사법개혁 논의나 움직임이 사실상 실종된 상태라는 진단이다. 다만 김 대법원장 취임 후 6명의 대법관이 새로 임명제청되면서 보수와 진보 대법관의 수적인 균형을 이루게 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23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 등이 주최한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 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사법농단 사태 처리부터 법관인사체제 개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제가 있음에도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법농단 진원지였던 법원행정처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협다. 한 교수는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을 약화시키고 사법 병폐 중심지역인 행정처를 개혁하는 것이 급선무였는데도 기껏해야 일부 조직의 이름을 바꾸고 법관을 몇 명 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법원의 진상규명과 처벌 수준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개혁 수준도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2005년 대통령 자문기구로 출범한 사법제도개혁위원회 같은 별도 추진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지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은 “사법개혁위원회 건의에 따라 참여정부 시절 국민참여재판과 로스쿨 도입 등 굵직한 과제들의 입법화가 이뤄졌다”며 “김 대법원장도 1주년을 맞아 이런 기구를 구성하겠다는 발언을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기미가 없고 나머지 개혁과제들도 감감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은 작년 9월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 “사법부의 근본적 개혁조치들에 관해 입법부와 행정부, 외부 단체가 참여하는 민주적이고 추진력 있는 개혁기구 구성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법개혁 논의 실종의 책임이 국회에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판사 출신 유지원 변호사는 “개혁을 법원 내부에만 맡겨두면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법원행정처 폐지를 위해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려면 입법부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사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서선영 변호사는 “법관 탄핵이나 법원조직법 개정, 판사 파견 폐지 등의 역할을 못했다는 점에서 국회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관 구성 다양화로 과거보다 전향적인 판결이 많이 나왔다는 점은 성과로 꼽혔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6명의 대법관이 교체되면서 성별이나 출신이 다양해졌고 이로 인해 전원합의체에서 전원일치 의견이 줄었다”며 “최고법원의 평의 과정에서 다양한 계급 계층의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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